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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un 07. 2016

실무 전문가의 탄생

기술자가 아닌 기술자, 기업의 자산

영원한 현역. 편해지기 위해서는 실무를 놓아야 하고 실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실무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직장에서 느끼는 바일 것입니다. 실무의 바쁨과 고됨은 성취감 이상만큼 어려운 것이니까요.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업 내부에서 한 명의 실무 전문가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귀한 일입니다. 인고의 과정을 거쳐 한 명의 실무 전문가가 나와서 해당 실무를 빠싹하게 안 상태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기존의 비 생산적이었던 프로세스를 폐기하고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이 속에 녹일건지 아는 사람. 이런 실무 전문가는 갈 수록 드문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실무 전문가가 왜 귀하게 된 것일까요? 이것은 '훌륭한 직원은 누구일까요'라는 질문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직원=역량'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냐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조직을 어떻게 지속하고 재배치하고 이 사람의 성과를 어디까지라고 인정하고 자율권을 줄 것이냐와 맥이 같기 때문입니다.



스탯으로는 다 가르칠 수 없는 운동 선수


쉽게 설명하면 좋은 야구 선수를 가리기 위해 오랜 예전부터 MLB 안 밖에서는 담론들이 있었습니다. 베이브 루스가 백인으로서 홈런왕 등 주요 타격 타이틀을 휩쓸고 마일스톤을 쌓던 시절에는 타율, 홈런, 타점 등 눈에 뻔히 보이는 결과 지표들만 사람들이 알고 이것이 최고인 줄 알았습니다. 투수는 방어율, 승률 등이었죠. 당연히 무슨 일이 그 사이에 지나가든 이런 지표가 높으면 그냥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야구 기자들이 점수가 나고 승패의 분수령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분석하면서 새로운 평가 지표가 보조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타자는 출루율, 장타율을 기반으로 한 OPS를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여 또 다른 최고 선수를 가리는 지표로 활용되었고 ('머니 볼'은 꼭 이거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응하는 사례입니다) 투수도 평균 한 이닝 당 출루를 얼마나 시키는지 등 최종 결과가 나오게 된 과정을 부각시키는 지표들로 한 단계 더 들어 갔습니다. 최근에는 '승리 기여도'라는 최종 결과인 팀의 승리를 위해 기여하는 부분을 복잡한 식으로 만들어서 이 선수의 위대함을 가리고 있습니다. 실제 이런 지표의 변화는 기존 지표들을 보완하면서 정말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실 이런 지표의 발전은 '측정의 발전'에 있었죠. 새로운 측정들이 해를 넘어갈수록 생기고 전에 보지 못했던 디테일들을 팬들까지 아는 과학 아닌 과학이 만들어졌습니다.그러나 여전히 지표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칼럼리스트들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여지들이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세부적인 운동하는 변화에 대한 기록과 추이를 분석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구종과 구속, 회, 주자 상황에 따른 이 선수의 퍼포먼스에 대한 분석이죠. 일반인들이 마주치는 STAT에는 이런 내용은 나오지 않으니 이런 칼럼을 만나면 볼 정보가 있어 솔깃합니다. 물론 선수들을 코칭하는 하나의 이슈가 될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런 중계 해설과 칼럼리스트는 어디까지나 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지표를 세분화 시키고 특정 상황에 따른 퍼포먼스를 보는 것이지 선수 퍼포먼스 발전 자체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의문입니다. 결과 지표를 중심으로 선수의 행동과 멘탈로 접근하는 것은 본질이 되는 역량을 짚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때 흔한 놀림 댓글로 인용된 투수의 팔각도나 타자의 오른팔이 타격시 어느 위치에서 운동하고 있는지, 수비시 포구의 자세가 어떤지는 경기와 선수 개인의 퍼포먼스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드는 행동의 차이인데 이런 것은 선수의 경험이 있거나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한 실제 운동 역학에 관심이 없으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결과 지표에 대해 쪼개보고 선수에 대해 댓글과 칼럼으로 평가를 해도 실제적으로 이런 차이에 대해 알고 접근하지 않는 이상 절대 나아질 수가 없죠. 야구 뿐만이 아닙니다. MVP급의 농구선수가 승리 기여도나 특정 쿼터 시의 야투율, 돌파 효율성에 대해 얼마든지 칼럼리스트나 팬들이 말할 수 있지만 실제 이 선수의 릴리즈 포인트, 유로스텝 방법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로 존재하기 때문이죠.



칼럼리스트가 아닌 기술 코치가 필요한 기업


실무 전문가의 귀중함은 위의 프로야구 사례와 같은 경우로 기업 내부에서 나타납니다. 안 되는 회사의 주요 특징은 이런 결과 지표를 다룬 사람이 조직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실제적인 퍼포먼스 차이를 만드는 요소를 알지 못합니다. 이론상으로 들은 내용은 알지만 실제 해보거나 코칭 해보면서 알게 된 차이에 대해서는 모르기에 누구를 코칭하고 동기부여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경영진이 말꾼에게 속아나게 되면 이런 사람들은 요직에 낮는 반면, 실무를 충실히 한 사람의 특징에 해당되는 묵묵함은 이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지 못합니다.



따라서 기업 내에서 지나치게 많은 지표들이 설왕설래하게 되면 이미 비지니스의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무 전문가를 키우는 코스가 전혀 없다면, 실무를 어느 정도하고 바로 관리의 영역(쪼고 보고서 쓰는)으로 인재가 넘어간다면 이 회사는 비지니스의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두 칼럼리스트지 선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칼럼리스트를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우수한 해설자가 꼭 우수한 코치나 선수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STAT 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데 그게 지금의 하이어라키 내에서는 측정할 수 없는 기술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이 귀한 것입니다. 그게 기업의 숨겨진 역량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기술은 결국 도제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도제식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가르칠 기술이 있는 사람이 더 귀하게 대접 받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실무 전문가가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잦은 조직 개편과 직무 변경에 있습니다. 실제 하나의 직무에서 프로세스의 의도와 디테일을 이해하고 이것을 익힌 후 바꿀 제안을 하려면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다급하고 사람이 크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하나의 직무에서 오랜 시간을 통해 단련되기 이전에 성급하게 관리자로 영전시키거나 직무를 바꾸고 말죠. 이렇게 되면 이 회사 사람은 될 수 있겠지만 실무 전문가는 되지 못합니다. 또 팀을 무리하게 쪼개어서 해체시키는 것도 원인이 됩니다. 팀이 만들어지고 처음에 무엇을 과업과 성과로 정하고 실제 진행해 보면서 정말 해야 할 방법을 알기에 시간이 걸리는데 이전에 이 팀을 붕괴시키는 것이죠. 성과가 잘 나오면 잘 나오는대로 이 사람들을 여러 조직에 흩뿌려서 이 성공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황금 계란의 우화가 나오고 안되면 안되는대로 이 사람이 왜 안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보다는 이 사람의 개인 탓으로 조직 자체를 부정해 버립니다. 정 반대로 성과가 안나는 팀을 개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구도 회사 내에서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경우죠. 둘 다 실무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조직 개편에 관여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반대로 해야 합니다. 성과나는 팀은 그대로 두고 안나면 일정 기회 이상에서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백오피스 조직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실무 전문가가 기업의 진정한 자산이라는 경영진과 오너의 의식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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