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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 Sep 23. 2022

흙, 첫 번째 도구

모든 것은 제자리에

어릴 적 놀이터에서 가면 모래밭에 뒹굴고, 비가 오면 터널을 만들며 놀곤 했다. 하루는 그 모래를 퍼서 집에서 씨앗을 심어보았다. 아마 호박씨였던가?

아무리 물을 줘도 싹이 돋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공사장이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온 흙일 텐데, 싹이 났을 리 만무했다. 아마 났더라도 금방 죽었겠지. 역할을 잃어버린 흙은 사막의 모래가 된다. 그건 죽은 흙이었다.

“땅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


흙을 뒤엎는 . 이른바 개간(開墾), 경운(耕耘) 뿌리가 숨 쉴 자리를 마련해준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대지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 땅에 저장된 탄소(?) 날아간다는 이유. 땡볕에서 이병처럼 삽질로 뒤엎은  행동이 환경파괴라고? 물론 내가 장팔사모를  장비나 방천화극을  호로관 메뚜기 여포도 아니고 기껏해야 3 200kg 안 되는 직장인이  한 자루로 열심히 일군 땅이 환경파괴가 되기엔 무색하겠지.

거름은 주로 계분(鷄糞) 쓴다.  닭똥입니다. 질소나 인산이 많다는군요. 맨살에 묻으면 냄새가 무척 오래간다. 이런 똥을 유기비료. 화학비료를 무기 비료로 구분한다. 가끔 밭을 지나가거나 미니화분에 보면 비비탄 같은 애들이 굴러다닌다. 걔들이 무기 비료다.   무척 독하기에 계분을 주고 적어도 1~2 정도 지난  씨앗이나 모종을 심는다. 그런데 이것도 환경파괴가  수도 있다. 아니 식물에 좋아서 쓰는 건데 땅에 안 좋다고? 탄소를 필요 이상으로 뽑아낸다나.. 내가 아는  탄소 맞나?

어쨌든 고마워 애들아...


“탄소(C) 대해 어떻게 알고 계시나요?”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

나의 좁은 식견이 깨져버린 것은 넷플릭스 다큐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 만나면 서다. 러닝타임은 1시간 24분이지만 결국 탄소(C) 한 가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그린다. 추가로 싱어송라이터인 줄로만 알았던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과일농사도 짓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가지도 아니고 다양한 과일을 심는다. 그리고 보니   포크송만 하는 게 아니라 발라드, R&B, , 심지어 힙합까지 넘나드는 형이었지… 리스펙…

Jason mraz instagram

나는 탄소(C) 하면  가지가 떠오른다. 딱딱한 거랑 안 딱딱한 거. 딱딱한 건 티파니연필이고 안 딱딱한 건 누군가의 부산물이다. 출근길 버스가 내뿜는 먹구름과 룸메이트가 뿜어대는 가스에 들어있는 그거다. 물론 화학식은 O 함께 붙어서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등으로 불리지만… 땅에 다이아몬드든 석탄이 들어있으면 무척 기쁘겠지만, 후자 덕분에 탄소에 대한 이미지는 무척 부정적이다. 산소를 빼앗아가는 이미지다.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를 내뿜는다는 것. 우리와 반대다. 그런데  흡수한 탄소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시험문제로  나올  같았거든. 그렇게  학력고사의 희생양이 되었다. ‘우주로 날아간  아니라면 땅으로 꺼졌나 보지 뭐?’라고 최소한의 생각이란 걸 해봤더라도


그런데 그게 정답이었다. 정말 땅으로 꺼진다. 정확히는 뿌리를 통해 땅으로 흡수된다. 그런데 그게  어쨌냐고? 비옥한 땅의 절대 조건이 탄소를 가득 머금고 있는 흙이거든.

생각해보면 우리가 움직이기 위해 먹는 음식이든, 차가 움직이기 위한 기름이든 모두 땅에서  것이다. 그럼 가금류는? 걔들이  먹고 자랐을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원래 땅에 있어야  것을 자의적(恣意的)으로 옮겨버렸다. 대가는 혹독하다.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이유이다.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시스템”


심플하다. 빼앗은 것을 돌려주면 된다. 대기의 탄소를 땅으로 돌려보낼  있도록 만든다. 그런데 무슨 수로? 뽑아낸 석유를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야 하나? 아쉽게도 우리는 영롱한 초록빛을 띠는 타임 스톤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같은 색의 다른 것이라면? 그것은 대기 중의 탄소를 다시 땅으로 불러낼  있는 매개체이다. 그것이 우리가 나무를 심고 다양한 식물을 가꾸는 이유이다. 이러한 땅에서  음식을 섭취하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한 우리는 탄소를 다시 땅에 돌려준다. 탄소는 이러한 시스템의 엔진이다.

초록빛 타임스톤을 많이 심어보자 :)

글을 쓰기 위한  도구는 펜과 종이일까? 선명한 사고를 위한 정신이  도구이다. 운동을 하기 위한  도구는 좋은 운동화일까? 지속가능성을 위한 의지가  도구이다. 농사를 위한  도구는 삽이 아니다. 탄소를 가득 머금을 준비를 마친 건강한 흙이다. 단지 있던 것을  자리로 되돌릴 뿐이지만, 이런 심플한 시스템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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