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타고 다니는 스마트폰?
테슬라의 새로운 모델의 이름은 가로로 세 줄을 그어 3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원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모델 S와 모델 X 다음으로 나오는 모델의 이름을 '모델 E'로 짓고 싶어했다고 하죠. 우리 어릴 때 오락실에서 게임하고 하이스코어 기록해서 이름 영문자로 세 글자 새길 때 보면 가끔 SEX라고 쓰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런 장난기의 연장선에 있는 시도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포드자동차가 이 이름을 선점한 탓에 일론 머스크는 눈물을 머금고 E와 비슷한 모양으로 표기할 수 있는 모델명을 선택했습니다.
어쨌든 테슬라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 3는 이전의 두 모델과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도 이 모델을 사전예약주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받을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꽤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 환율로 약 4천만원 정도이지만, 전기차에 주어지는 각종 보조금을 쎄게 받으므로 실제론 2천만원대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하죠.
원래 내연기관, 즉 엔진은 아무나 만들 수 없는 복잡한 기계입니다. 그래서 엔진을 만들 줄 알면 차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라고 하면, 바디라 불리는 차대 위에 엔진과 차체 부품 기타등등을 얹어 조립하는 공장과 그 엔진의 설계 및 제조 능력, 전국 및 글로벌 운송망과 영업망, 그리고 그 외의 부품을 조달하기 위하여 벤더들을 갈굴 수 있는 갑질정신...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 회사입니다. 그리고 엔진을 제조하는 기술은 자연스럽게 일종의 이 산업의 진입장벽이 되었던 거죠. 내연기관이 필수인 자동차산업에서, 엔진을 제조하거나 최소한 수입해다 쓰지 않는 신생회사가 갑자기 출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달랐습니다. 모터와 전기로 달리는 차를 만드니 내연기관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이젠 달리는 구조만 잘 만들어내면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테슬라나 패러데이 퓨쳐 같은 회사들이 '갑툭튀' 한 데에는 이런 기술적 배경이 있습니다. 물론 완성차를 만드는 게 전기차라고 마냥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엔진을 만들 필요는 없어진 거죠.
그런데 저는 전기차가 단순히 연료차의 대체재라는 의미 이상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델 3의 센터페시아에는 우리가 가진 차에서 흔히 보던 스위치나 액정표시장치 따위들 대신 큼직한 디스플레이가 붙어 있습니다. 모든 조작은 이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해결된다는 의미고, 한편으론 그만큼 많은 정보를 이 디스플레이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운행정보를 비롯하여 기존의 차량에 비해 많은 정보들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서 사용자에게 제공됩니다. 즉, 사용자는 지금까지의 차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기차는 기존의 자동차보다는 스마트 디바이스에 더 가깝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또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 디바이스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유연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듯, 무인운전 시스템이 도입될 때 이를 업데이트만으로 차량에 적용할 수 있을 테지요. 차 부품은 완성차업체가 순정으로 만들지 않으면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지금 단계를 벗어나 사용자가 쉽게 설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제 더이상 차를 정형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기존의 차량은 엔진이 들어갈 큰 공간이 존재해야 했고, 이 엔진을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엔진의 소형화는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모터는 엔진만큼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고, 또 동력을 수직 수평으로 전달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나오는 전기차들은 기존의 연료차들이 가지고 있는 쉐입을 따라가고 있지만, 앞으로 보다 목적 적합한 형태를 가진 차량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면 전기차는 바퀴가 달린 스마트폰 같은 것이라는 거죠. 전기차를 연료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이 상황의 본질을 반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기존의 연료차는 물론 전자제품 제조사 등이 노리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연료차보다 더 편리하고, 앞으로 더욱 편리해질 거구요. 전기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조금 지켜볼 생각이지만, 그래도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를 구입할 의향은 충분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