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본다운 도요토미 신사의 존재
일본 관서지방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 부쩍 늘었죠. 저가항공도 많이 취항하고, 거리도 가까운지라 싼 맛에 해외여행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굳이 휴가를 내지 않으셔도 주말 끼고 얼른 다녀올 만 합니다. 간사이국제공항이 오사카를 필두로 교토나 고베, 나고야 등의 도시를 끼고 있어서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다고 해요. 갑자기 마음먹고 가기 딱 좋죠.
그래서 저도 불현듯 여권이랑 옷 두어 벌 싸들고 천엔짜리 몇 장 주머니에 구겨넣고는 티켓만 달랑 끊어서 무슨 바닷바람 쐬러 가는 것마냥 가 봤습니다. 목적지는 오사카.
오사카는 교토에 비하면 볼거리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지만, 관서 지방을 처음 와보는 관광객이라면 오사카 성을 코스에 넣을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사카 성을 둘러본 사람들 중에서 경내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모신 신사가 있는 것까지 발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에게는 침략자로 악명이 높지만, 일본에서 그는 바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올라간 사람으로 일본 역사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출세의 신' 같은 존재입니다. 오사카 성은 도요토미가 축조한 것으로, 그의 사후 아들 히데요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맞붙는 오사카 겨울 및 여름 전투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실리에 밝고 출세를 좋아하는 일본인 중에서는 자수성가하여 최고의 권력자의 위치에까지 오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존인물이라도 좀 놀라운 업적을 이루었다 싶으면 얼른 신으로 만들어 신사를 세우고 그에게 출세를 비는 것도 일본인이니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 내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8층의 천수각까지 편리하게 오를 수 있고, 오사카 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처음 세울 때에는 5층짜리 건물이었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주위에서 가장 높았죠. 늘그막에 얻어 없으면 죽고 못 살았다는 아들 히데요리를 안고 천수각에 올라 오사카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도요토미가 느꼈을 기분이 어땠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사망하고, 아들 히데요리가 오사카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패전하고 스물셋의 나이로 자결함으로써 도요토미 가문의 짧은 통치는 끝을 맺습니다.
일본인들이 출세의 아이콘으로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좋아한다지만, 저는 오사카 성에서 오히려 출세의 덧없음을 본 것 같습니다. 제 입장이야 도요토미나 도쿠가와는 커녕 징집된 하급무사 A 따위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저 잘되고 돈 많이 벌고 남들 보기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오래 안 갈 즐거움보다는 그저 지금처럼 소소한 개똥철학이나 읊는 즐거움,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는 즐거움이 더 소중해지더라구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 성 완공 후 불과 14년 만에 죽으면서 남긴 절명시는 이렇다고 합니다.
'이슬로 왔다가 이슬로 가노니, 오사카의 영화가 꿈 속 꿈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