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읽었다. 바로 차량 회수를 지원하는커넥티드/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신규 특허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커넥티드 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악몽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포드의 신규 특허와 그 배경, 그리고 사용자의 의사결정 환경 조성과 더 나은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목차
1. Issue : 자율 회수 시스템
2. Scenario : 단계별 OTA
3. Background : 합법적인 압류가 가능한 미국
4. Insight : 손실 회피 동기를 이용한 약속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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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자율 회수 시스템
Repossess a Vehicle
포드가 21년 8월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특허가지난 2월에 정식으로 발표되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커넥티드 카라면 원격 통제로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잠금 상태를 일시 해제하여 탑승객이 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돕거나, 구급차에 차량 위치를 공유하는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Systems and Methods to Repossess a Vehicle (출처: 미국 특허청)
그중 논란에 휩싸인 기능이 있다. 바로 '자율 회수 시스템'이다. 자율 회수 시스템은 차량 할부금이 연체될 경우 차량 기능이 하나씩 정지되고, 자동차 스스로 폐차장이나 차량 압류소로 이동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렌터카 회사나 금융사는 차량 GPS 센서로 차량 위치 파악이 가능하며, 블랙박스, 라이다, 센서로 차량이 운행 중인지 주차되어 있는지 차량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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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ario
단계별 OTA
차량이 어떤 식으로든 인터넷에 연결되어 OTA를 수신하도록 설정되어 있다면, 이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출원서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대립을 유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차량 소유자의 대금 미납을 해결하기 위해 포드가 설계한 '바람직한'방법을 단계별로 나누어 보았다.
Step1. 시각적 경고 환기
은행이나 대출기관에서 소유자의 스마트폰이나 차량 디스플레이 화면에 알림 메시지와 경고를 보낸다. 이는 소유자가 대출기관에 지불 준비에 대한 연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운전 중 시선이 닿을 수밖에 없는 디스플레이에 대출 기관 메시지를 깜박이며 납부를 재촉하는 기능도 있다.
Step2. 불편함 유발
이전 단계가 시각적인 경고였다면, 이젠 운전자에게 '일정 수준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청각적인 고통이 추가된다. 사용자가 차에 있을 때마다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하여 톤, 피치, 비트, 볼륨에 의해 불쾌한 소리를 재생한다. 다른 기능으로 자동차가 작동할 수 있는 지리적 영역을 제한할 수도 있다.
Step3. 차량 기능의 점진적인 비활성화
계속 연체되면 에어컨을 비활성화하거나 크루즈 컨트롤, 미디어 플레이어와 같은 차량 옵션 기능을 꺼버린다. 그런 다음, 창문이나 시트 제어, GPS, 라디오 다이얼과 같은 기능을 비활성화하여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엔진, 브레이크, 엑셀, 스티어링 휠, 조명을 비활성화하거나 단순히 도어를 잠글 수도 있다.
Step4. 차량 회수
이젠 갈 때까지 갔다. 자율주행을 이용하여 차량을 회수한다. 금융/압류기관이 차량 컴퓨터와 통신하여 압류장으로 이동시키거나, 연식이 오래되어 회수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폐차장으로 이동시킨다. 언제든 차가 압류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 의사와 상관없이 채권자가 자동차를 경매에 내놓아 판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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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ground
합법적인 압류가 가능한 미국
자동차 대금 못 내는 고객들
포드가 해당 특허를 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대금 연체에 따른 차량 압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대출기관은 10일 이상 지불이 연체된 대출자에게 차량을 합법적으로 압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주에서 사전 통지 없이 회수하는 건 불법이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금리가 인상되었지만, 소비자 상당수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차를 구매했다. 자동차 대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 조금이라도 연체되면 딜러나 대출 은행이 가차 없이 차를 압류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차를 숨기거나 압류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융통성 있는 특허?
압류 건수가 늘고 있는 미국 상황을 보자니 포드의 출원 내용은 어쩌면 현실가능성 있지 않을까 싶다. 대출 연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차량 소유자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시스템은 렌터카 회사나 금융기관은 두 팔 벌려 환영하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혹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체납자가 대출금 상환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차량을 유지할 방법도 명시했다. 예를 들어, 차량 범위를 지오펜싱하거나 주말에만 차량을 잠가 운전자가 직장에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게다가 열사병에 빠졌다고 판단될 경우 공조 잠금을 일시적으로 풀어주거나, 심장마비 같은 상황에서 차량 잠금 해제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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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손실회피 동기를 이용한 약속계약
사용자의 의사결정 환경 조성하기
그럼에도 사용자가 '연체료 납부'를하도록 돕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제적인 편법 이외에 사용자가 그 행동을 장려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다. 차량 하드웨어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처럼 사용자를 둘러싼 제품 자체 환경, 그리고 심리적 요인과 같은 제품 외부 환경이다. 이번 파트에서는 손실회피가 행동 동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사용자를 벌하지 마!
제품은 행동을 취한 것에 대해 보상하기도 하지만,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에 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자를 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지속적인 나쁜 경험은 제품 사용을 중단하거나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게 만든다. 제품이 가하는 벌을 사용자가 참아내게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그 방법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사용자에게는 제품을 무시하거나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약속 계약
사용자에게 벌을 주지 말라는 것이 적절한 수준의 벌을 이용한 위협을 전혀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한 가지 효과적인 위협의 유형은 '약속 계약'이다. 즉, 사람들이 행동을 취할 것을 미리 약속하고 만약 완료하지 못하면 그들이 관심을 갖는 무언가를 잃는 것이다. 포드의 특허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가 스스로 벌칙을 선택하고 조정하는 것. 외부에서 부과한 벌칙이 자신이 만든 벌칙보다 더 부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손실 회피라는 인지적 습관을 이용한다. 손실 회피는 가치가 같은 것이라도 새로 얻기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것 또는 이미 소속돼 있다고 느끼는 것을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종합적으로 이 방법은 벌칙의 위협을 신중하게 사용해 사람들에게 실제로 벌을 주거나 도망가게 하지 않으면서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유발한다. 이때, 약속에 대한 옵션을 제공하여 이를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다.
예방 차원도 필요해
하지만 사용자가 기능 비활성화 및 차량 회수에 대한 사전 통지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한의료 종사자가 출장을 위해 워싱턴 국제공항에 자신의 차를 장기 주차한 동안대금이 19일 늦게 지불되어 딜러가 차를 압류한 사례가 있다. 법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압류를 시행하는 경우이다. 불가피하게 대금을 못 낼 수 있는 경우를 위해 예방 차원의 서비스 정책 또한 고려해야 한다.
마치며
모든 탑승자의 보편적 안전을 위해 특허를 무료 공개한 지난 아티클의 볼보와는 달리, 해당 특허에서는 미국의자본주의 냄새가 진하게난다. 포드는 단순 기술 특허일 뿐 실제 사업화로 연결될 보장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과 이해관계가 경험 가치를 추월하는 순간, 비즈니스를 넘어 그 진정성에 주목하게 된다. 전체 소비자 경험과 인식으로 이어지는 기업의 진정성. 결국 경쟁력은 진정성에 기인하는 법이다.
자동차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압류되는 문제를 진정성있게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방법들을 고민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