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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스타 Apr 19. 2017

나의 인디게임 개발 회고록 - (3/6)

인디게임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개발기

3부.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제작 항해 일지 - 2


# 2015년 4월 ~ 2016년 7월 : 인터넷 방송 컨셉의 추가


외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여전히 좋지 않은 반응을 얻고 돌아온 날 새벽, 게임을 어떻게 바꿔나갈 건지 고민하느라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순간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채 1시간도 못 자고 있던 눈이 번쩍 떠지면서 ‘이거다!’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레퍼런스 게임과의 차별점이자 플레이어에게 자연스럽게 목표 제시까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막혀있던 여러 가지 이슈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지금 서비스 중인 버전의 컨셉인 ‘운전을 소재로 인터넷 방송을 한다’였다. 세상의 관심이 너무 받고 싶었던 주인공이 ‘미친 운전’을 통해 시청자의 반응인 좋아요와 별풍선을 받게 해주면 재밌을 것 같았다. 정신 나간 운전을 하는 목적성도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제작상의 목표는 간단했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듯한 화면에 시청자가 보고 있는 느낌, 그리고 시청자에게 보상을 받는 느낌을 전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시점까지 ‘매드니스티어’라는 안 그래도 어려웠던 게임 제목은 인터넷 방송이라는 느낌을 준답시고 ‘매드니스티어 라이브’로 변경되었다. 언젠가 이 이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이밍 센스는 두놈게임즈보다도 떨어지는 것 같다. 제목이 어렵다는 항의는 정말 수백 번 들었다.


지금부터 UI/UX에 취약점을 가진 우리가 인터넷 방송 컨셉에 대한 정서를 만들어내기 위해 했던 푸닥거리(?)들을 나열해보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플레이어의 인터넷 방송을 시청자가 보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정신 나간 운전을 통해 시청자에게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을 넣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참 쉽죠?



시도 #1

최초의 인터넷 방송 컨셉 UI'

인터넷 스트리밍 플레이어 화면을 전체 컨셉으로 정했고, 게임 중 시청자가 미션을 요구한다는 것을 최초 목표로 잡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버전에서 우리가 느꼈던 문제는 시청자들이 정말로 내 방송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 느끼기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시청자를 게임 화면에 넣어보겠다는 시도를 시작했다.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도 #2

실시간으로 화면 하단에 시청자가 내 방송에 입장한다는 방식을 시도해보았다. 그리고 가끔 시청자들이 미션을 요구하고, 채팅도 해준다는 놀라운 배치가 바로 이 스크린 샷이다.


이 배치를 포기하게 된 이유는 첫째, 화면 하단에 배치된 정보는 어떻게 강조를 해도 보이지가 않는다는 점, 둘째, 자동차 운전 자체의 입력 난이도가 빡센 게임이라 아래에 표시된 시청자의 요구사항을 클릭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시야가 주로 화면 가운데 강하게 박혀있는 게임에서 주요한 정보를 화면의 하단으로 밀어 넣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단의 정보를 인식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찾은 해결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껏 1차원적 사고를 하지 않았던가.


"주요한 정보를 위로 올리자."


그래서 다시 대대적인 수정을 가했다. 짧은 사고와 저돌적인 실행력이 합쳐졌을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의 결과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도 #3

위로 올린 버전 1
위로 올린 버전 2


위로 올린 버전은 가짓수도 정말 많은데 대표적인 것 2개만 추렸다. 이게 다 시안 상태가 아니라 진짜 게임에서 돌아가는 상태라는 점으로 미루어 만들고 부시기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깔끔하지도 않다. 오랜 재작업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된 버전은 아래와 같다.


시청자 삭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발 철학 중 또 다른 한 가지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더할지 생각하기 전에 무엇을 뺄지를 먼저 고민하자”가 있다. (이건 나만 가진 철학 인지도 모르겠다. 강재봉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다.) 시청자 자체를 화면에 표시하는 문제는 일면 매력이 있었지만 화면을 너무 지저분하게 만들었고, 알아보기도 쉽지 않다 생각하여 과감히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쉼 없이 올라가는 채팅창과 방송 중인 내 얼굴을 통해 지금은 방송 중이라는 정서를 전달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 2016년 7월 :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16


시청자 컨셉 버전을 비롯해 대대적인 수정을 진행하던 시점에 BIC Festival 2016이 열린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 멈추지도 나가지도 못하던 시점에 이런 이벤트는 강제적인 마감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실제 게이머들을 만나 여러 가지 피드백을 들어볼 수 있으니 정말 소중한 기회지 않은가. 그래서 지원을 하고 게임의 완성도를 한번 쭉 올려보기로 했다.


그 시절까지도 넘치던 자기애로 판단해보건대, 출품작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얼마나 자신만만했던지 강재봉에게 ‘야! 떨어지는 게 더 어려워! 떨어지면 내가 ㅂㅅ이야. 안 떨어져 걱정 마!’라고 매일매일 말하고 다녔었다.


지옥 같은 한 달여의 마감질을 통해 최종 출품했던 버전은 이랬다.



그리고,


장렬히 떨어졌다. 나는 정말 재능이 없는 놈인가 하는 심한 자괴감에 빠져 몇 날 며칠을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계획을 세우면서도 BIC Festival 2016에 붙었을 때의 시나리오만 잔뜩 세워두었지, 떨어졌을 때의 시나리오는 ‘그냥 빨리 출시함’으로 한 줄 적어놓고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목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그냥 빨리 출시함’으로 변경되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빨리 출시하기로 하기로 하고 보니, 게임의 유지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판 한판은 나름 재밌는 것도 같은데, 장기적인 목표에서 차량을 모으는 것 이외에 할 것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부분만 '살짝' 보완해서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그 보완이라는 걸 하는데 석 달이 걸렸다. 이쯤 되면 게임 뒤집어엎기 병이 걸린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게임 플레이 자체는 손도 못 대고 로비 작업만 죽어라 했던 기억이 난다. 일정 산출에 있어 게임 플레이만을 두고 기간을 잡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낀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고 느껴지니 외부에 살짝 공개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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