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개발기
2017년 1월 14일 토요일. 애플, 안드로이드 양대 스토어에 글로벌로 출시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의 일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 지 9년, 그간의 경력과 경험은 이제 다 필요 없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신입이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배운다는 각오로 임해야 했다. 퍼블리셔와의 작업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 중에 망하더라도 우리만의 데이터를 쌓아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있었다.
신입의 패기와 배운다는 마음가짐을 장착하고 우리가 게임을 알리기 위해 몸으로 부딪혀가며 했던 작업들은 다음과 같다.
1. 피처드
모바일 게임의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는 각 스토어에서 신규 출시로 인한 피처드를 받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양대 마켓의 디자인 가이드 문서를 정독하고, 최대한 가이드를 따라 제작한 뒤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큰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수 없는 입장에서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게임의 수명은 그대로 끝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피처드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다. 우리가 순진했던 포인트는 게임을 잘 만들어두고 뽑아주길 기다리면 될 줄 알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게임을 출시하고 이래저래 만나게 된 분들의 말에 따르면, 각 스토어에 메일을 보내서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깨닫고 제대로 된 미디어 킷과 소개글을 작성하여 보내보았지만, 좋은 결과는 없었다. 물론, 이 사실을 알아서 서비스 초반에 보냈다고 한들 무조건 된다는 보장이 있었겠냐마는 너무 순진하게 기다리며 언젠가 우리를 알아주겠지라는 자세로 마케팅을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2. 발품 마케팅
피처드 소식을 기다리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일을 하기로 했다. 최대한 지인을 끌어모아하는 동정 마케팅을 시작으로,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개발 커뮤니티에 소식을 알리고, 이어서 게이머 커뮤니티 사이트에 소개글을 올리는 정도로 1차적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이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실책이 느껴지는 데 특히나 나의 개인 성향이 많은 걸림돌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욕을 먹든 어쩌든 최대한 많은 곳에다가 게임을 알려도 모자랄 판에 소극적인 자세로 대표적인 게임 커뮤니티(루리웹, Touch Arcade)에만 글을 올리고서는 이내 접어버렸다. 괜히 잘 모르는 커뮤니티에는 홍보글로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데 이것은 아직도 극복할 수가 없다.
다시 한번 우리에겐 사업을 대신해 줄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고 자아 성찰하게 된 계기가 된 작업이었다.
3. 리뷰 요청
스토어 피처드가 게임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면, 그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실제로 높은 다운로드가 발생하는 기간이 가끔 존재했는데, 그때마다 조사를 해보면 조회수 높은 유튜브 리뷰어가 게임을 리뷰해 준 것을 발견하곤 했었다.
인터넷 리뷰어의 파워를 확인한 우리는 한동안 밤 10시부터 11시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리뷰 요청 메일을 보내는 작업을 진행했었다. 유명 스트리머, 리뷰 사이트 등의 리스트를 확보해서 미리 만들어둔 미디어 킷과 요청 메일을 계속해서 뿌려댔다. 요즘은 다들 이런 작업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결국 한건도 성사되지는 못했다. 우리의 요청하는 형식이 잘못되었는지, 게임 자체가 그들이 보기에 매력이 없었는지, 아니면 애초에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공하기 힘든 작업임에는 틀림없었다.
아, 물론 돈 주면 리뷰해줄게라는 답장은 아주 많이 받았다. 미안해요 돈이 없어요.
4. 페이스북 광고
서비스를 하다 보면 특이하게 다운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가 있었는데, 우리 게임 기준으로는 그 첫 타깃이 러시아였다. 지금도 전체 다운로드의 50%는 러시아에서 나오고 있으니 아직도 주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자 페이스 북 광고도 시험 삼아 진행해보았다. 이 영역도 직접 경험해봐야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과감히 돈을 한 번 써보았다. 그래 봐야 총 20만 원 정도 쓴듯하다. (이 정도로 얻어진 결과를 가지고 데이터라고 말하기도 사실 부끄럽다.)
그리고 인도에서 레이싱 장르가 인기가 높다는 통계 자료를 보게 되었다. 통계의 검증도 할 겸 인도에도 페이스북 광고를 돌려봤는데, 결과가 매우 좋게 나왔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 물론 돈이 없어서 중단해야 했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 페이스북 광고는 돈을 넣은 만큼 결과는 보장된다고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겐 총알이 없었기에, 이 정도에서 마무리한 것이 못내 아쉽긴 하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꾸준히 유지해서 유저 모객을 할 수 있다면 질러보는 편이 좋겠지만, 찔끔하고 말 거면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크게 나누어서 우리가 했던 마케팅이라는 작업은 이 정도로 정리된다. 지금 되돌아보아도 너무 초보적인 수준에서 진행되었다 싶으면서도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경험치를 쌓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다음 기회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첫 게임에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지만. 차라리 퍼블리셔와 함께 작업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하는 모습을 배우고 그다음 게임에서나 시도해봤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싶다. 첫 게임부터 우리는 너무 많은 리스크를 극복하고 나가려고 했던 것 같다.
새로운 유저를 모으는 작업이 중요한 만큼 기존의 플레이어도 케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우리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하기에 이른다. 하루에 개발과 마케팅을 위한 일정이 동시에 분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업데이트의 간격은 주 단위로 설정했다. 물론 작업 시간 산정은 주 7일 근무 기준으로 작성해서 말이다. 요즘 비인간적인 일정표로 핫했던 기업 ‘우리는 만들었다’도 울고 갈 정말 빡센 일정이었던 것 같다.
수명 깎아서 일하는 것 같다고 했던 일정이었지만, 업데이트를 위해 새벽에 코딩을 하고 있으면 마케팅하면서 입었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는 경험을 하곤 했다. 업데이트 작업은 나름 잘 돼있었던 컨텐츠 추가 구조 덕에 주 단위로 제공할 수 있었다.
출시 이후에 외적으로 가장 큰 이벤트라면 아마도 독일에서 열렸던 캐주얼 커넥트에 참가한 일일 것이다. 인디 게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탄 자격으로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는데, 추가적으로 행사 내에서 진행되는 Indie Prize라는 인디 게임 대회에 최종 출품작으로 선정되는 행운까지 얻었다. 수상을 하는 것 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우리가 제대로만 준비해 간다면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군다나 게임을 출시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기에 반전을 위한 기회가 필요했다.
2017년 2월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독일로 출발했다. 왕복 비행기표에 1인 1실 숙소까지 지원되는 최고의 일정이었다.
먼저 행사 기간 내내 동네 클럽(?)을 빌려서 개발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게 하는 파티가 열렸었는데, 서로 모르는 사이에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부러웠다. 어떻게 말 붙일 재주도 없어 구석에라도 쭈그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말을 걸어주고 서로 만드는 게임을 소개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험은 매우 독특했다.
3일의 본 행사 기간 동안에는 부스를 지키며 게임을 소개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받은 명함으로 산을 쌓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행사장 내에는 자신의 게임을 소개하러 온 사람, 좋은 게임을 찾으러 온 사람, 회사의 제품을 게임에 넣기 위해 홍보하러 오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이 섞여서 웅웅 거리는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개발자들이 서로의 게임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짬이 날 때마다 행사장을 돌면서 관심이 가는 게임 부스에 가서 한번 해봐도 되냐고 슬쩍 대화를 시도하면, 밝은 모습으로 게임에 대해 설명해주고 함께 플레이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짧은 영어로 대화하느라 스트레스받아서 죽는 줄 알았다.)
행사장 다녀오면 뻗어서 잠자기 바빴던 최고의 육체노동 강도 일정으로 인해 독일까지 날아갔으면서도 제대로 된 관광 하루 못한 것이 아쉽다는 점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사고의 폭이 많이 넓어졌던 좋은 기간이었다. 캐주얼 커넥트에 참여함을 통해 많은 연락을 받았고, 실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완료된 계약은 한 건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개인적인 견문을 넓혔다 정도에서 행사를 총평해야 할 것 같다.
이런 행사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열리면 얼마나 좋겠나 싶으면서도, 서로 데면데면하는 한국인들끼리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하고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긴 한다.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 기회라 여겼던 독일도 다녀왔고, 피처드는 여전히 우리의 혜택이 아니며, 게임을 알릴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기존 유저를 지키기 위한 업데이트를 계속해서 진행하면서 게임을 알릴 기회를 얻기 위해 이런저런 국내 대회에도 지원하고 있는데 모두 다 탈락했다. 그렇게 석 달이 흘렀고, 게임은 종착지가 어디인지 모른 채 표류해가고 있다.
나의 기회는 올해 말까지로 제한되어 있고, 강재봉은 생활비가 1달치 남았다고 했다. 언제 한번 터질지, 그냥 이대로 끝일 런지 알 수 없는 게임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3일은 기존 게임을 업데이트하고 4일은 새 게임을 만드는 주 7일의 아름다운 일정이다.)
조금이라도 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강재봉은 외주를 알아보고 다니고 있으며, 정부 지원 사업에도 지원을 해놓은 상태다. 그리고 매드니스티어 라이브는 퍼블리셔와 계약을 위해 대화중이다. 우리의 미래는 이제 정말 알 수 없는 지점에 와있다.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휩쓸려다닐 정도의 불안함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이 생활을 어떻게라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깝다. 모든 것이 너무 아깝다. 이토록 긴 여정을 항해하며 얻은 귀한 경험은 다음을 위한 자산이 되어야 한다. 이대로 포기하고 취업의 문을 두드린다면 힘들게 얻은 경험의 탑을 그냥 무너뜨리는 일이다. 우리는 조금 더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 그리고 혹시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가 잘했던 일, 부족했던 일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6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