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레인드롭 팝' 개발기
2017년 4월, 매드니스티어 라이브는 지난 회고록 작성 당시에 진행 중이던 퍼블리싱 계약을 완료했다. 총 인원 2명의 작은 스튜디오가 사업까지 직접 진행한다는 것은 꽤나 품이 드는 일이었기에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개발 자체에 집중한 시간보다 게임 소개서를 만들고 배포하는 일, 각종 스토어에 들어갈 내용을 작업하는 일 등이 많았기에 게임 자체에 대해 고민하고 만들 시간이 많이 부족했었다.
게임 개발에만 온전히 집중할 시간을 확보했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매드니스티어 라이브는 앵그리 레이서 라이브(Angry Racer Live)라는 두 번째 이름을 달고 재출격을 준비하게 되었다.
한 번 아픔을 맛보고 다시 출격을 준비하는 게임에 우리의 미래를 온전히 맡길 수는 없었기에 다음을 위한 계획은 반드시 필요했다.
가장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차세대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도전해보는 것이었다. 해당 사업자로 선정되면 최대 2억 원 정도의 제작 자금을 마련하고 1년간 안정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으니 그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물론 그만큼 경쟁률이 치열하긴 하지만 매드니스티어 라이브를 통해 한국 콘텐츠 진흥원 주관 대회인 인디 게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경력이 있고, 준비한 게임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7년 3월부터 한 달간 계획서를 준비했던 게임은 생존 소재의 모바일 게임이었다. 주기적으로 재난이 발생하는 불안정한 세상에서 벙커를 짓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이었다. 재난이 다가오기 전까지 벙커를 단단하게 정비하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동료로 맞거나 퇴치하며 점점 더 강해지는 재난에 버텨보는 컨셉의 게임이었다.
탈락한 김에 지원했었던 게임의 스크린샷을 공개해볼까 한다.
게임의 첫인상을 강렬하게 심어주고 싶어 여러 가지 시도 끝에 만들어낸 아트 컨셉이었는데 평소 즐겨 플레이하던 Don’t Starve의 느낌도 나는 것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지원 사업 탈락이라는 운명을 맞이했고, 게임의 볼륨 자체가 작지 않아 그냥 만들기에도 부담스러운 게임인지라 영원히 잠들어버린 안타까운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지원 사업 신청을 끝냈던 당시 가만히 앉아 결과를 기다리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지원 사업에 떨어진다는 가정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를 냉정하게 따져보니 3~4개월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그 당시의 모든 계획이 실패했을 경우 마지막으로 만들 수 있을만한 작은 게임을 백업 플랜으로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강재봉이 평소에도 수시로 던졌던 아이디어 문서들 그리고 내 아이디어 노트에 적힌 여러 가지 게임들을 살펴보며 적당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작고 가벼운 게임에 대한 취향이 별로 없어서인지 방향성에 맞는 아이디어를 찾아내기가 어려워 고민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이야기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어느 날 강재봉이 던진 컨셉 기획서 하나가 규칙도 간단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가 던진 컨셉 기획서는 이랬다.
그래서 문서상으로 상상되는 재미를 검증하고자 어느 주말 이틀을 사용하여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보았다. 나름 재미가 있었고, 더 재미있어질 가능성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 게임을 소위 ’찐막’ 프로젝트로 저장해두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출시되어 있는 게임을 플레이해 보았다면 컨셉 기획서에 있는 모든 내용이 현재 게임의 코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로토타입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들려온 지원 사업 탈락 소식에 당연히 꺼낼 일이 없기를 바라던 마지막 카드는 즉시 우리의 마지막 여행을 함께할 친구로 선택되었다.
레인드롭 팝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