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ónde estoy en este mapa?
07/05/sábado
5월 7일 토요일
desde Sarria hasta Portomarín
사리아에서 포르토마린까지
여행한 지 34일, 걸은 지 31일
어제 슈퍼와 약국을 찾느라 적어도 4번은 왔다 갔다 했을 다리를, 오늘 아침엔 처음 걷는 길 마냥 생소한 듯 걸었다. 길가 긴 벽면에는 아침 햇살에 우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처럼 배낭을 멘 페레그리노의 그림자가 그려져 있었다.
계단 위로 지어진 마을, 판판한 돌길. 비는 얼마 오지 않았지만 하늘이 흐렸다. 앞선 순례자 세 명은 부피가 꽤나 되어 보이는 배낭까지 녹색 우비로 꽁꽁 싸매고 걸었다. 토독, 물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덜하니 바짓가랑이에 판초가 스치는 바스락 소리가 귀에 잦았다.
- 오, 이것 봐봐!
은배가 가리킨 것은 어느 알베르게가 돌담에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붙여놓은 것이었다. '저희 알베르게는 무료 와이파이가 준비되어 있어요. 물론 세요도 있고요, 직접 만드는 음식에 친환경적인 곳이죠. 산티아고는 이쪽이고 즐거운 여행되세요!' 각종 색상의 나무판자가 다채로웠다. 그러나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가운데 하얀 판자 속 한국어, “환영합니다”였다. 그리고 그 옆 태극과 건곤감리의 검은 띠는 화려한 장식을 대신했다. 그렇게 시시콜콜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마을은 새벽녘 조용히 길을 터주었고, 우리는 마을 높은 곳까지 올랐다. 이제 마을의 끝인가? 기찻길을 건너면 숲 길이 시작되었다. 순례객들이 매번 떠나는 것이 아쉬운 듯, 개 한 마리가 철창 사이에 매달려 우리를 쳐다보았다.
풀내음과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번갈아 가며 진동하는 시골 동네가 나왔다. 개와 고양이가 거리를 배회하고, 양의 무리는 풀을 뜯었다.
- 메-에-.
꼬맹이 염소는 사람 곁에 바짝 다가왔지만 이내 종종걸음으로 어미의 품으로 돌아갔다.
나는 며칠간 남은 거리를 눈여겨보기로 했다. 곧 100km 지점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표지석이 나올 때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숫자를 확인하곤 했다. 결국엔 딱 떨어지는 100km는 찾지 못했지만 99.930km를 발견. 마지막 날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마지막이라는 것이 아쉬움보다는 환희로 먼저 다가왔다. 노력의 보상, 땀의 대가랄까?)
- 점심 먹자.
한 카페로 들어가 먹을 것을 주문했다. 커피와 케이크는 금세 나왔다.
- 어디 가서 먹을까?
- 돈데 꼬메르, 베베르. 저기에서 먹는 것 같은데?
주문대 뒤 벽면에 산타할아버지가 드나드는 굴보다는 조금 크게 파인 구멍이 있었다. 은배와 나는 이게 정말 문일까 의아했지만 허리 숙여 안으로 들어갔다. 난쟁이들이 득실거릴 것만 같은 공간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어둑했다. 그러나 큰 창으론 밝은 빛을 들이니 나른한 휴식처였다. 나는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슬쩍 내가 들어온 작은 문을 다시금 보았다.
- 돈데 꼬메르, 베베르 이 소냐르. (Donde comer, beber y soñar.)
먹고 마시고 꿈을 꾸는 곳. 여기는 그런 곳.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나오질 않는다. 그 경사가. 나중에 내가 이런 길도 걸었다며 가족들에게 무용담이라도 늘어놓으려고 하는데 억울할 정도로 보통의 계단처럼 나왔다. 걸을 때는 스틱도 무용지물, 그래서 켜켜이 쌓인 딱딱하고 높은 바위 덩어리는 "사족 보행"을 하듯 두 손을 바닥 짚는 데 사용해야 했는데 말이다. (그 길의 좋은 점이라면, 걷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해서 본래 쓰던 근육이 아닌 다른 근육을 사용하여 여태 축적된 근육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무사히 그 골목을 빠져나와선 큰 강, 긴 다리 하나가 보였다. 드디어 프로토마린, 오늘의 목적지였다.
우리가 들어온 숙소는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 같았다. 왠지 사람의 손길이 덜 탄 것 같은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은 화장실 전등에 의존하여 실내 밝기를 조절할 만큼 어두웠다.
- 숙소 시설은 참 좋은데, 요즘 너무 사람 없는 곳으로 오게 되는 것 같아.
나중엔 두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가 더 들어왔다. 아직 긴 이 공간을 채우려면 멀었군. 아마도 마을 외곽에 위치한 탓이겠거니, 침대는 텅텅 비어있었다. 알베르게는 결국 조용히 밤을 맞이해야 했다.
한밤 중 나는 잠시 눈을 떴다. 빨래는 다 말랐나? 비가 찔끔거리며 오더니 침대도 눅눅하고, 두꺼운 양말은 앞면 뒷면 따로 말려줘야 내일 또 신을 텐데…… 라디에이터 위 빨래가 걱정이었다. 나는 사다리를 밟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차박. 그리고 샌들을 대충 끌어다 신고 이 방을 데우는 유일한 난방시설로 향했다.
- 흐음. 어쩐지 좀 춥더라.
불은 꺼져 있었다. 양말은 방금 널은 빨래 마냥 물기가 흥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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