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대리님

고마웠어요

by 소울민트

일 가르쳐 줄 선배나 직속상관없이 시작했다. 회사 후광에 기댈 수 없는 상황에 일이 되게 하려다 보니 상당히 거칠었다. ㅆㅇ닭, ㅈㄹ탄, ㅁㅊㄴ이라고 불리던 시절. 가뜩이나 잠을 못 자서 아마 무척 예민하고 성질 더러웠을 거다.

성과는 있었지만 일부 동료들은 나를 싫어했다. 애써 머리 쥐어뜯어가며 쓴 글에 디자인팀 O씨가 부주의하게 접근해서 날려 놓고 모르는 척한 일이 있었다. 증거가 없으니 따질 수도 없고 밖에 나가서 펑펑 울다 들어왔다. 밤새서 처음부터 다시 썼다.

누굴 미워하진 않았다. 동료들에게 A-Z까지 내가 아는 모든 걸 다 알려줬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할 사람 없는 것 같아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유별나서 그런지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일주일 중 사흘은 야근이었다. 야근 없는 날은 집에 와서 밤샘 작업. 그즈음 퇴근길에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한 다른 팀 동료가 있었다. 난 험담 같은 걸 할 줄 몰랐는데 그분이 나 대신해서 "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국장님이 인정해 주시나요?"라던가

"이렇게 웃는 거 보니까 원래 착한데, 사람들 상대하다 보니까 그러는 거죠?" 이런 말로 날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다 알고 있었다. 내가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돌아보면 퇴근길만이 하루 중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부서가 전산 쪽이었던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니트가 잘 어울렸고, 소아마비로 조금 절었는데, 그건 장애가 아닌 그에 대한 기억을 완성하는 따스한 특징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지금쯤 예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지내시겠지.

김민철 대리님


고마웠어요. 그 시절 제 친구가 되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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