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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치리 Jan 22. 2024

“내 몸은 답을 안다”

일단, 임신성당뇨 합격을 축하하며!


1차엔 불합격. 2차에 합격.


한 배에서 나고 자란 몸뚱이라 그런가.

입덧이 심하지 않은 것도,

임신성 당뇨를 재검해서 통과하는 것도 똑같네. ㅋㅋ


백미를 현미로 바꾸기.

3끼를 5끼로 바꾸기.

단순당을 복합당으로 바꾸기.

식후 30분 산책하기.


임신성 당뇨 조심하느라 식습관을 바꾸고

출산 때까지 계속 이어서 한 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몸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거든.


돌아보면 임신 기간 때만큼 건강하게 먹고

많이 걸었던 시기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아침마다 요가도 열심히 하고

매일 15층까지 계단 오르기도 하고.


두려움과 맞서기 위한 단련이었고,

단련은 정말 힘이 있더라.


지금도 가끔 되뇌이는 말이 있는데,

“내 몸은 답을 안다“.


임산부를 위한 요가 중에 나오는 말이었는데

커다랗게 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이 말을 반복하다 보면

용기와 자신감이 차올랐어.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그럴 것 같은 거지.

나는 임신도 출산도 처음이지만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로

긴 세월 이어져온 여자들의 경험이

내 몸에 기억되어 있을 거니까.

진화론을 믿는 한 내 몸은 출산 방법을 모를 리가 없지.

그러니 나는 나의 일을 하면 된다-이렇게 믿었어.


임신과 출산만큼 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또 있을까?

남자는 절대 겪을 수 없는 여자만 겪는 엄청난 사건.

분명 즐겁지만은 않은, 오히려 고통이 크다할 경험이지만

그 고통이 영 무가치하진 않는 것 같아.

역설적이게도 그 고통과 마주하며

몸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기도 하고,

엄청난 회복력을 실제로 경험하기도 하니까.


‘아기를 낳기 위한 아름다운 희생’.

이렇게 포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져. 와닿지 않아.

당장 반항하고 싶어지지. 그 희생, 그럼 네가 하세요!


그렇다고 임신과 출산을 고통에만 집중해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아.

아픈 것도 사실이지만

아프기만 한 경험은 아닌 것도 사실이니까.


내 몸에서 벌어진 이 생경하고 복잡한 감정의 일을

더 잘 이야기하고 싶어.

그래서 너와 이런 교환일기를 쓰고 있나봐. ㅋㅋ


다행이지. 자매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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