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뜨거운 Pienza
토스카나를 떠나 로마로 가는 날이다.
7년 만에 다시 만날 로마가 기대되지만 토스카나를 떠나는 건 정말 정말 아쉬웠다. 로마 가는 길에 토스카나의 마지막 도시에 들러 점심을 먹고 로마까지 여유 있게 가기로 했다. 우리의 마지막 토스카나 도시는 후보지가 넘쳐난 가운데 피엔차로 정했다.
피엔차 하면 많이 찾는 장관,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줄이 서있는 스폿은 찾아가지 않았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토스카나 전원 풍경과 곳곳에 쭉쭉 뻗어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들을 눈에 담았다.
<La buca di Enea>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주 작고 아담한 식당이었다. 로마로 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여행 짐도 싸고 다시 피곤해졌는지, 음식 사진은 베네치아처럼 한 장도 없다. 쉽게 피로에 지치는 유형. 바로 티가 난다. 확실한 건 파스타를 먹었다는 것과 우리 아기 문어는 직원이 아무것도 없는(!) 파스타를 추천해 줘서 주문했다. 이름도 플레인 파스타라고 한 듯. 정말 이름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스파게티 국수를 너무나 잘 먹는 아기 문어. 사실 이땐 몰랐는데 우리 문어의 취향이었던 것 같다. 6살이 된 지금 보니 중국식당에서 간짜장을 시키면 소스를 넣어 비비기 전에 먼저 노란 면을 먹으며 좋아하고 이태리 식당에 가면 토마토나 크림소스는 거의 안 먹고 오일 파스타를 고른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뜨거운 토스카나의 태양 속으로.
빨래 정말 잘 마르겠다. 건조기 아쉽지 않은 날씨다. 오렌지 빛깔의 토분들도 벽과 어우러져 더 아름답다.
이 뜨거운 길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면 피엔차의 공식 포토존이 펼쳐진다.
스파게티를 듬뿍 먹어 배가 통통해진 아기 문어 기분도 꽤 괜찮다.
그래. 토스카나는 아무래도 거리가 좀 되니까, 많이 봐두렴 :-)
골목길은 못 참지! 자꾸만 로마 도착시간이 뒤로 밀리는구나. 토스카나 이 요물..
예쁜 꽃이 핀 화분, 초록색의 식물들이 중세 벽과 어우러지면 언제나 시선을 강탈한다.
토스카나 여행을 계획하며 계단을 힘들게 걸어야 하는 전망대나, 역사 깊은 건축물 또는 박물관과 갤러리 관람 등은 일정에 넣지 않았다. 그런 것 없이도 우리의 토스카나 여행은 더 좋았다고 경솔하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그걸 다 해봤으면 더 환상적이었을지도), 연세 드신 부모님과 두 돌을 앞둔 유아차 아기와 함께 느릿느릿 천천히 돌아보기에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편안한 도시들이어서 못해 본 것을 아쉬워할 겨를도 없었다.
이제 로마로 향할 시간.
아쉬움과 반가운 마음이 교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