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ft.이모) 가족 이탈리아 여행 (Italy 1)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 연착

by 가오리

렌터카로 이탈리아 가족 여행 가기 '베네치아 - 시에나 - 로마'


남편과 나는 결혼 후 두 달 동안 유럽 여행을 즐긴 터라 나중에 부모님들도 꼭 모시고 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유럽 같은 장거리 여행은 부모님이 하루라도 더 젊고 건강하실 때 가셔야 좋을 것 같았다. (특히 몇 년 전 혼자 계신 아빠가 갑작스럽게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평소 '나중에' 아빠 모시고 여행 간다고 했던 것이 마음 아팠다.) 시아버지의 칠순을 기념하여 우리 부부는 3대가 함께 가는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유럽 많은 나라들 중에 이탈리아로 결정했다. 그냥 여행지로도 완벽하게 멋진 곳이면서, 시어머니가 카톨릭 신자셔서 교황 알현식 행사와 바티칸 투어가 가능한 이탈리아가 제일 좋을 것 같았다. 이때 마침 언니가 오랜 해외 근무에 지쳐 귀국했는데 조카바보 이모는 사랑스런 조카와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이모님' 역할까지 자청, 여행에 합류했다. (조카바보고, 이탈리아를 너무 좋아해 여러 번 갔다 오기도 했지만 부모님 관광도 챙기면서 두 돌이 채 안된 아기를 돌볼 동생네 부부를 걱정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다.)


여행 기간은 2주(14일),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시에나를 거쳐 로마까지 렌터카로 여행하기로 했다. 모두 6명이라 방이 여러 개 있는 에어비앤비를 찾아 예약했는데, 베네치아 2박, 시에나 3박 그리고 여행 일정이 가장 많은 로마에서 7박을 머무르기로 했다.


날벼락같은 인천공항 비행기 연착! 베네치아의 하루를 삼켜버리다.

집에서 예약해둔 콜밴을 타고 공항까지 여유 있게 출발하는 것 까진 좋았으나...

비행기 타러 고고 ✈️

3대와 이모가 함께 떠난 이태리 가족 여행은 시작이 조금 험난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고 체크인을 하러 탑승수속 카운터로 바삐 갔는데 우리가 탑승할 알이탈리아( Alitalia) 항공기에 문제가 생겼는지 오후 1시 55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비행기가 로마 현지에서 출발도 못하고 있으며 오늘 중으로 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 말은 바로 우리의 베네치아 1박이 날아간다는 뜻이었다. 수속 카운터에서 담당 직원들과 오랜 시간 얘기해봐도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고 비행기 연착과 결항에 따른 지연보상은 이후 항공사에 클레임을 제기하면 규정에 따라 피해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만 들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2박이 전부였는데 절반인 하루를 날려야 한다니 엄청난 비극이었다. 사실 절반도 아니고 거의 전부. 왜냐면 로마에 도착해서 베네치아까지 다시 국내선으로 이동하고 베네치아의 마지막 날은 오전에 렌터카를 찾아 토스카나로 떠나야 하는 일정을 생각하면 온전하게 베네치아를 즐길 여유 있는 하루를 날려야 했으니까. 산마르코 대성당 종루에서 내려다보는 베네치아 전망도 안녕. 어른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종루에 올라가서 베네치아의 풍광을 꼭 즐겨야 한다고 언니가 온라인으로 티켓도 사놨었는데... 이태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할 우리는 항공사에서 제공된 호텔 두 곳 중 송도의 오크우드 호텔을 배정받고 호텔 리무진 버스를 기다렸다.


비행기 연착으로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인천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니 상상도 못 해본 일.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호캉스 1박 한다고 생각하자. 인천 송도의 랜드마크라는 포스코 타워에 위치한 오크우드 호텔, 체크인해보니 전망도 좋고 객실도 꽤 괜찮다!

'음 시티뷰 맛집이네. 야경 기대되는군'

점심과 저녁식사 제공인데, 점심은 시간이 빠듯해 런치 뷔페가 거의 끝나기 전 겨우 맞춰가서 식사가 가능했다. 점심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갑자기 생긴 시간과 여유를 이용해 호텔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롯데마트에 가서 여행 중에 필요한 물건들을 쇼핑하고 돌아왔다. 레지던스 호텔이라 객실 내 주방, 세탁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마트에서 사 온 양말과 그날 입은 옷 등을 세탁기에 돌리고 건조기로 말렸고, 내 셔츠 원피스는 너무 구겨져서 (집에서는 안 하는) 다림질까지 했다. 점심 뷔페는 호텔 측에서도 갑작스럽게 이루어져서 그런가 오크우드 레스토랑 런치 뷔페를 그대로 이용했었는데 저녁 식사 때 가보니 비행기 연착 투숙객들은 저녁 뷔페 레스토랑이 아닌 별도로 준비된 홀로 따로 안내해서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음식을 보니 점심 뷔페에서 봤던 메뉴들 재탕 느낌에 식당 분위기는 결혼식 뷔페 도떼기시장이라 대충 먹고 빠져나왔다.


새벽에 다시 인천공항으로

호텔에서 자다가 새벽에 변경된 탑승 스케줄에 맞춰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에 갔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뽀로로 존도 슬쩍 돌아보고 탑승 게이트에서 보딩 대기! 두구두구두구!

IMG_4796.jpeg 장거리 비행을 위한 파자마
'오늘은 출발하겠지'
축! 23개월 아기 문어의 첫 비행기

그렇게 갑작스런 호캉스(?) 1박과 함께 3대가 떠나는 이탈리아 가족 여행은 재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