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베네치아 환승 비행기도 연착
Ti amo 아기 문어♡
우리는 여정상 Fiumicino 공항에 도착해서 베네치아로 가는 국내선으로 환승하기로 했다. 이때까지 동영상에 아이를 노출시킨 적이 없었는데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보험 차원에서 내 폰에 내셔널 지오그라피의 짧은 동물들 영상과 가끔 교양 차원에서 노래를 들려줬던 BTS 형들의 뮤직비디오 한 두 편을 저장해갔다. 물론 그 당시 가장 좋아했던 꼬마버스 타요의 중장비 캐릭터 자동차들과 탈것 스티커북도 사가고 즐겨 읽는 그림책도 함께 준비!
걱정과 달리 비행기가 처음인 우리 아기 문어는 12시간 가까운 비행시간을 너무너무 잘 보내서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 자동차 장난감은 얼마 풀지도 않았고, 내 폰에 넣어간 비상용 영상도 소환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탄 기념으로 기내 어린이 영화 중 자동차 캐릭터가 나오는걸 잠깐 보여줬는데 신세계를 경험할 줄 알았으나 의외로 반응이 시들해서 껐다. 피곤하면 자고 가끔 지루해질 때쯤 이모와 아빠가 통로 산책을 시켜줬으며, 기내식이 나올 때 아기를 위한 음식이 준비된다고 들어서 승무원에게 요청하니 아기용 주스와 간식을 가져다줬다. 엄마와 아빠의 비건식/저염식 기내식도 먹고 아기 간식도 잘 먹었다. 특히 아기 문어는 오고 가는 이탈리아 승무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계속 아기 문어에게 띠아모 띠아모를 연발 ♡ 로마행 비행기에서 이탈리아 말 띠아모(Ti amo 당신을 사랑해)를 배웠다. 이후로 로마에서도, 한국에서도 띠아모 해보라고 하면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띠아모 띠아모" 하는데 귀여워서 애 귀찮아하는데 계속 시켰다.
로마-베네치아 비행기도 연착
드디어 Fiumicino 공항에 도착했는데, 두둥! 베네치아로 가는 비행기도 출발이 지연된다고 했다. 그리고 비행기 연착에 따른 바우처가 제공됐다, 공항 내 지정된 스낵바의 샌드위치랑 음료로 교환 가능한 쿠폰이었다. 비행기가 지연된 적은 이전 여행에도 있었지만 샌드위치를 줄 정도로 지연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다른 여행 때는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콤보로 경험해본다. 베네치아의 피 같은 하루가 날아간 것도 모자라 몇 시간 더 줄어들었다.
갑자기 생긴 여유시간 공항에서 한 것.
- 젤라또 사 먹기. 이탈리아에 가면 하루 3번은 사 먹어야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젤라또. 이번 여행 첫 번째 젤라또를 Fiumicino 공항에서 먹을 줄이야. 그때까지 아이스크림은 우리 아기 문어에게 금기 식품 중 하나였는데 이탈리아 여행과 며칠 후 다가올 두 돌 생일을 기점으로 서서히 봉인이 해제되었다. 아기 문어 생애 첫 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 젤라또 프라골라(딸기), 역사적인 장소는 피우미치노 공항이 되었다. 3대 젤라또는 아니어도 장거리 비행과 또다시 비행기 연착으로 지친 가족들은 복잡한 공항 한 구석에서 젤라또로 이탈리아를 느끼며 짧은 휴식을 취했다.
- 심카드 구입하기 - 원래 베네치아 가서 사려고 했는데 시간이 생겨서 로마 공항에서 개통했다. 아기 문어는 공항 체류가 길어질수록 점점 지겨워하기 시작.
- 샌드위치 바우처 교환하기 - 유럽 가면 많이 보이는 크고 두툼한 파니니 샌드위치가 종류별로 있었다. 나는 구운 야채가 들어간 베지 파니니로 바꿨다.
베네치아까지 운행하는 비행기는 프로펠러 달린 소형 비행기라 기체 흔들림도 꽤 무섭게 느껴지고(난기류야 뭐 에어버스도 무섭지만) 공간도 갑갑하고 불편한지 이미 지쳐있던 아기 문어가 좀 힘들어하고 비행기 기압차도 겪는 것 같았다. 인천에서 올 때는 너무 잘 왔는데. 내 오른편에 앉은 아저씨는 파일럿 같은 유니폼을 입은 분이었는데 아이를 걱정해 주시며 마실 것이 없으니 침을 삼키라고도 하고 옆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근데 뒤쪽 어디선가 다른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나중에 착륙하고 나서 우리 좌석이랑 멀리 떨어져 앉았던 언니가 말하길 아기 울음소리가 나서 조카 우는 줄 알고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고. 아무튼 우리 아기 문어 엄청 씩씩하게 베네치아까지 왔네.
피우미치노 공항에서부터 베네치아 숙소 체크인 전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사진이 없다. 아기 문어 첫 아이스크림 먹을 때 표정도, 베네치아의 거의 첫인상이 된 로컬 식당에서 가졌던 시간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궁금한데. 가족 여행 동안 짐도 많고 아이를 돌보느라 나의 작품 활동(?)이 소홀해졌다.
베네치아에 도착, 밤늦은 체크인
이 집이 우리의 첫 에어비앤비 숙소다. 에어비앤비에서 이 집을 봤을 때 몹시 화려해 보이고 고급스러워서 이렇게 좋은 집을 첫 번째로 잡았다가 그다음 시에나랑 로마 숙소에 실망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했다. 직접 체크인을 해보니 그것은 기우였다. (아하하) 늦은 시간 체크인해서 이 넓은 집을 제대로 둘러볼 여유는 없었지만 내 기대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 건물이 오래되거나 낡아도 관리가 잘된 집이라면 괜찮은데, 집안 공기가 습해서 더 그랬는지 몰라도 쾌적한 컨디션은 아니었다.
늦은 저녁, 모두들 지쳐있는 상태였고 한국에서 사 온 간편식도 있었지만 밖에 나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탈리아의 첫날을 비행기와 공항에서만 보내긴 아쉬웠으니까. 조금 걷다가 눈에 띄는 가까운 식당 'Grand Central Mestre' 에 들어가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음식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걸 봐서 그냥 그랬던 것 같다.
숙소에 돌아와서 씻자마자 쓰러져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