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회고
한 해가 저물 때쯤 흔히 하는 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뜻이다.
동일 분야 1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또 한 번의 도전과 성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늘 안주하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불안한 환경에 놓이는 건 또 두려워서 도전하기를 머뭇거렸다.
하지만 '내년 이맘때 같은 후회를 하고 있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과감히 퇴사를 선택했다.
퇴사 후 오랫동안 잿빛에 가까웠던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불안할수록 책을 읽고, 잡생각에 잠길수록 몸을 움직이고, 이유 없이 중국어 자격증 공부도 했다.
제대로 돌보지 않아 망가졌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느라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딱 6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이 선택의 결과가 성공일지 아닐지는 저 멀리 가봐야 알겠지만
딱 원하던 시기에, 앞으로 커리어 방향을 잡아 나가는데 손색없는 직무에, 내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나는 그렇게 커리어 전환에 성공했다.
남들이 보기에 마르고 날씬한 몸은 마음에 안 들 이유가 없었지만, 얼굴은 영 볼품없었다.
건강하게 빠진 살이 아니었기 때문에 퀭하고 초라해 보였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적당히 통통한 걸 좋아한다.
물론 나도 스무 살 대학생 시절에는 마른 몸을 추구하느라 극단의 다이어트를 해봤다.
지금도 변함없이 마른 몸이 대세(?)인 것 같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다고! 취향이 확실한 편.
그러나 말 그대로 취향일 뿐, 사실 나는 저마다 가진 모든 모습들은 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요즘 종종 보는 지인들이 나더러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체중은 좀 늘었는데 오히려, 살이 빠진 건가? 뭐 했나? 등 으레 하는 소리인 걸 알면서도 좋다.
낯빛이 밝아졌고 편안해 보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내 마음대로 ㅎㅎㅎ
무엇보다도 더 이상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
난 왜 이렇지, 왜 이 모양이지, 저 사람의 말과 행동은 무슨 의미지,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난 왜 지금 불행하지, 저 사람은 왜 나한테 상처를 주지, 난 왜 똑같이 굴지, 난 왜 남들처럼 못 살지 등
지금 생각하면 누가 날 지옥 속에 가둬 놓은 듯 악에 받쳐 온갖 부정적인 기운을 다 끌어안고 산 것 같다.
지난 일기 보면 아주 가관도 아님. 다 버렸다.
이래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다.
사람은 끼리끼리, 그리고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물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이 타고난 환경은 어찌할 수 없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든 좋게, 더 낫게 바꿔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반드시 바꿀 수 있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나에겐 조언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깨닫고 혼자 시도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서 더욱 강력하다.
만약 누군가의 조언에 의해 움직였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남 탓 할 여지를 뒀을 것이다.
잘 되면 고맙고, 잘 안되면 원망하는 식으로.
그게 내 마음이 편하니까.
대신 혼자임을 받아들인다면, 당장은 불행하고 외롭겠지만
해냈을 때 자기 효능감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진짜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순서
1) 용기 내어 결심한다
2) 두려워 말고 벗어난다 (자신을 믿는 수밖에 없다)
3) 새로운 세상에 날 놓아둔다
4) 죽지 않고 버티며 뭐라도 한다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산다)
5) 그러면 진짜 뭐라도 된다
말만큼 쉽지 않다는 거 안다.
그래서 나도 몇 년을 허송세월하듯 보냈다.
그런데 진짜 된다.
나약하기 그지없었던 나도 했다.
고로 누구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쪼록 한 해를 돌아보니 더 이상 다사다난이 아니다.
다사다복(多事多福)했던 2025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의 목표는
1) 맛있는 거 더 많이 먹기
2) 머리숱과 피부, 얼굴 살 지키기 (???)
3) 완벽하기를 내려놓고 대충 즐겁게만 살기
우연히 이 글을 접하게 된 모든 분들
다사다다다복(多事多多多福)한 2026년 되시기를 제가 진심으로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