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도시,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와 옛 연인의 소식

by 솜사탕


지난 26일, 홍콩 아파트 화재 소식을 접했다.

홍콩 특성상 빼곡하게 들어선 고층 아파트의 모양새를 알기에 예삿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역시나 진압하는 속도보다 불이 번지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뉴스 속 빨간 화염에 휩싸인 아파트만 봐서는 어딘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아파트명이 언급되었는데, 일단 친구(라고 언급하지만 실은 옛 남자친구)가 살고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행이라고 할 수 없었던 건 어마어마한 참사가 예상됐기 때문.


보수 공사에 쓰인 대나무 비계는 불길이 번지는 걸 더욱 가속화시켰고

외벽 보수 공사라 입주민들은 여전히 거주 상태여서 대피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이제는 몇 년 전인지 손꼽아봐야 할 만큼 꽤 오래전 일이지만

한때 사랑했던 남자친구가 사는 그곳이 바로 홍콩인데

내가 해외여행이란 걸 시작했을 당시 첫 번째로 가고 싶었던 곳이자,

나의 첫 해외 출장지, 사랑에 빠졌던 도시, 또 여전히 사랑하는 도시라고 하면

내가 얼마나 마음속에 두고 있는지 표현이 될까.


홍콩은 더 이상 예전 그 특유의 감성이 아니야! 라고 하는 말들이 많아도

내게 홍콩은 어쩐지 아련하고, 가슴 찡한 그리움이 가득한 곳.


아무튼 그런 곳에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나다니 ...


오랜만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와 나는 더 이상 연인도, 그렇다고 연락 빈도가 잦은 친구도 아니지만

우정을 가장한, 이따금씩 소식을 전하는, 그냥 추억을 나눈 관계로 1년에 한 번씩은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내 메일을 언제 확인할지 전혀 가늠이 안 되는 상태로 연락을 취했다.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네가 사는 곳은 아닌 거 확인했는데

가족, 친구, 동료들은 괜찮으냐고 -


다행히 반나절 만에 답이 왔고,

본인도, 가족이나 친구들도 무사하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비통함을 감출 수 없고 정신이 없는 듯한 모습이 글에서도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날 걱정하고, 종종 내 소식을 들어 좋다는 말까지.


실시간으로 사망자가 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이 참담한 소식을 보고 듣고 있자니 너무 슬프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나도 한없이 부족한 존재이면서 그가 완벽하기를 바랐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 그 사사로운 것들에 연연하며 재고 따지곤 했다.

죽음 앞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것들.


사실 오늘 서운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고

또 전전긍긍 집착하는 모든 것들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터.


아무쪼록,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모든 분들이 이 힘겨운 시기를 잘 이겨내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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