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은 새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회
2025년 한 해를 휩쓴 콘텐츠가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그리고 ost 중 하나인 골든(Golden)!
미국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의 100년 전통을 깨고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울려 퍼진 바로 그 골든이요!
골든의 공동 작곡·작사가이자 가수인 이재는 SM의 장기 연습생이었습니다.
오직 아이돌을 꿈꾸며 SM에서만 12년을 연습생 시절을 보냈는데,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올드하다는 이유로 거절 당해, 그 목소리를 항상 콤플렉스로 생각하며 살았다고 해요.
그렇게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음악인으로 살아온 이재가
지난 11일 드디어 골든글로브 주제가 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눈만 뜨면, 아니 전 세계가, 그리고 유튜브 속 모든 콘텐츠가 '골든, 골든, 또 골든!'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죠.
게다가 이재의 수상 소감은 모두를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Rejection is redirection"
문이 닫힌 경험을 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면서,
거절은 새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회란 말을 이제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요.
저에게도 문이 닫힌 경험과 거절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넌 아니야" 또는 "안돼"라는 말이 거절의 전부는 아니지요.
기회가 올 듯 말듯한 희망 고문의 연속이었고,
늘 무대 뒤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누군가를 보며 동경해야만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굳이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묵묵히 내가 하던 일이 내 손에서 빛을 발하지 못할 때 슬퍼했고,
누군가가 내 것을 가져다가 본인의 능력이자 성과로 포장하며 주목받는 걸 보기 힘들어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분명한 제 착각이자 오만이었고, 그 또한 능력임을 알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2024년 초 일기에 '올해는 나도 날개 달고 날아가고 싶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아마 그 당시 움츠려 들었던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다짐이었을 겁니다.
앞으로도 거절당할 일은 수도 없이 많을 거라 예상합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잖아요?
늘 인정받고, 박수받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거절과 문이 닫힌 경험을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회복탄력성 : 자신에게 닥치는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
실패에 굉장히 취약해서 도전에 적극적인 사람도 아닙니다.
아마 혹시 모를 실패를 애초에 막기 위해 도전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좀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도전에 적극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실패, 거절, 지적 등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완벽을 기하다 보니 내가 잘한 것보다 잘 못한 것을 검열하게 되고
감각이 예민하다 보니 타인의 반응을 살피고 일희일비하게 되는데
나의 그 기질 자체는 받아들이되, '내일 더 나아지면 돼'라고 되뇌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거창한 도전이나, 멋있는 취미가 있는 삶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쳇바퀴 돌듯 하는 내 삶은 정말 심심하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반복된 루틴으로 하루를 맞이하는 것.
일정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늘 청결하게 단장을 하고, 매일 주어진 할 일을 하고, 제때 식사를 챙겨 먹는 등
이 뻔해 보이는 루틴을 수년간 반복하고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일 수 있겠더라고요.
생계를 유지하느라 여가는 꿈도 못 꿨던 부모님의 삶을 보면서 재미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저는 그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고스란히 닮았고, 이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굉장한 걸 물려받은 셈이죠.
아무튼 뭐든 꾸준하게 해낸다는 건 좋은 일 같습니다.
그리고 이 꾸준함의 강력한 힘은 언젠가 발휘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