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교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1)
2022년 여름, 미국 이민 생활도 어느덧 십육년 차에 접어들 때였다. 당시 내 나이 마흔일곱. 오십이 되기 전에 무언가 번듯한 직장을 갖고 싶다는 소원이 솟구쳤다.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그 작은 성취감과 보람을 찾고 싶다는. 과연 이 미국 땅에서, 이 나이에, 영어도 잘 못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재능을 살려, 어떠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난 뒤늦은 진로 고민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아직은 고등학생, 중학생이었고, 아이들이 다 대학을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면 좋겠지만, 그때 시작하는 건 나이도 그렇고 더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조바심이 났다. 미국에서 살며 비싼 렌트비와 높은 물가 등을 감당하기엔 한 사람 월급만으로는 늘 빠듯했고, 차후에 아이들 대학 등록금까지 생각한다면 내가 더 팔을 걷어붙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경제적인 이유도 한몫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미국에 오래 살아도 잘 늘지 않는 영어, 육아 등으로 차일피일 미루었던 나의 커리어와 역량을 개발하고 싶다는 소원 말이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꿈이 있다면, 글을 쓰는 것이었다. 세상을 향한 따스한 울림 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 국문과를 갔지만, 막상 내게 그만한 재주가 있는지는 미지수. 그래도 ‘언젠가는’ 내 글을 쓰겠지, 그 언젠가의 내 글에 녹일 인생 경험을 쌓아나가기로 했다. 출판사, 잡지사를 거쳐서 여의도 드라마학교를 다니며 드라마 습작을 시작했지만, 결혼과 출산, 그리고 이민의 과정을 거쳐서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나는 더 이상 같은 꿈을 꾸지는 못했다. 대신, 이민 생활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 최대의 미션이 되었다.
뉴욕에서 잠시 여행사와 가발 회사에 다니며 커리어우먼의 짜릿하면서도 분주한 경험도 해보았지만, 둘째가 태어나면서는 다시 전업 주부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로서의 삶이 전부인 것 같지만, 그 아이들이 크고 나면, 그래서 둥지를 떠나고 나면 나는 무엇을 하지. 경력 단절의 아줌마로서 이 미국 땅에서 영어도 유창하지 못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따라다녔다.
2006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이민 생활은 정확히 십 년 후인 2016년 캘리포니아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되었다. 야자수 벗 삼아 겨울엔 따사로운, 여름엔 작렬하는 햇살을 만끽하던 내게, 반짝이는 기회가 찾아왔다. 두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파트타임으로 시작한 학급 보조교사 일. 특수학급과 수학 교실 등을 도우며 학생들을 돕는 일이 좋았고, 내게 또 다른 활력과 기쁨이 되었다. 의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내가 왠지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직업은... 선생님?!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학생들 수학 공부를 도와주며 각 학년별 수학 문제를 함께 풀다 보니 수학이 어느덧 친근해졌다. 별도로 칸 아카데미 등 온라인 수학 플랫폼과 교재 등으로 열심히 공부했고, 그렇게 4년이 되어 가니 어느 정도 실력과 지식이 쌓아지는 듯했다. 나중에는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학교 아이들, 그리고 학원에서 파트타임 수학 과외 선생으로 일하게 되었다. 다행히 수학은 긴 영어가 필요하지 않고, 푸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도 가르침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영어가 부족한 나로서는 그래도 도전해볼 만하게 여겨졌다.
물론 좀더 가능성 있고 해보고 싶은 건 내 전공과도 이어지는 한국어 교사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리가 많지 않기에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학 교사 자격증에도 관심이 갔다. 미국, 여기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학에서 전공을 하지 않았더라도 CSET이라는 과목 시험을 통과하면 그 과목을 가르칠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용기를 주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무엇인가?
첫 번째 관문은 기본 실력을 증명할 CBEST이라는 시험이다. 영어 독해와 쓰기, 수학 시험 이렇게 세 과목을 통과하면 제일 첫 관문을 마치는 셈이다. 그다음에는 과목 시험인 CSET으로 수학이나 한국어 과목 등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과목의 시험을 영역별로 2-3개씩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크리덴셜(credential) 과정을 제공하는 학교에 등록하여 필수 과목들을 다 듣고, 적어도 6개월은 교생 실습을 하면서 비디오, 페이퍼 등이 포함된 실습 시험(CalTPA) 관문을 두 차례 통과해야 한다. 더불어 헌법(constitution) 시험과 CPR certification 등을 함께 제출하면 학교에서 모든 과정을 마쳤다는 증명서류를 The California Commission on Teacher Credentialing에 보내주어 마침내 그 과목 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나의 목표는 오십이 되기 전에 수학과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대략 계산을 해보니 빠르면 일년 반에서 이년 정도 걸릴 듯했다. 물론 계획대로 각 시험들을 잘 통과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과하여 자격증을 취득한다 해도 취업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두려운 인터뷰를 거쳐 높디 높아 보이는 취업의 문을 과연 내가 통과할 수 있을까... 수많은 불안과 의심을 뒤로하고, 우선 시험부터 보자! 그래서 그 문이 열리면 열리는 만큼 나아가 보기로 했다. Let's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