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교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2)
캘리포니아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 기본 실력(Basic Skills) 입증하기!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면 이는 면제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CBEST 시험을 통과하면 되는데, 읽기(Reading)과 쓰기(Writing), 수학(Math) 세 과목에서 합격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일단 부딪혀 보기로 결심하고 한 달 남짓 공부 시간을 남긴 후 시험 날짜를 정했다. 대학 졸업 이후 20여 년이 훌쩍 지나 다시 시험을 보게 되다니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떨림이던지. 낮에는 학교 보조교사로 일하고 주 2회는 수학 과외 선생으로, 또 가정 주부로서 바쁜 하루하루였지만, 목표가 있다는 것은 내게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수학은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며 늘 풀던 것이라 괜찮을 것 같았지만, 영어 읽기와 쓰기는 영 자신이 없었다. 실전 대비 문제를 풀어보니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모르는 단어들은 왜 이리 많은지. 시험날짜가 참 촉박하게 느껴졌지만, 나의 현주소를 진단할 겸 정말로 기본 실력으로 한번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요행을 바라는 마음도 살짝궁 없지 않았다.
각 90분씩 진땀 나게 치른 세 과목의 결과는, 수학은 넉넉한 점수로 합격. 영어는 역시나 어려웠다. Reading에서는 경계선에 걸려 버리고, Writing에서는 보기 좋게 낙방. 짧은 시간에 두 개의 에세이를 설득력 있게 쓴다는 것이 내 영어 실력으로는 정말 쉽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원어민들도 턱걸이로 패스하거나 불합격했다는 시험 후기들이 눈에 띄었다. 아, 과연 이 관문을 잘 통과할 수 있을까…
그때 혜성처럼 떠오른 생각은, SAT를 보자!
기본 실력을 입증할 방법으로는 CBEST 외에도 커뮤니티 칼리지 작문 수업을 한 학기 듣거나 SAT 시험을 보는 것이 있었다. 마침 고등학생 큰아이가 SAT 시험공부를 하고 있던 터라 공부할 자료가 있었고, 수학은 그래도 자신이 있었다. 역시 영어는 어려울 테지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작문이 없고 읽기와 문법 시험만 있다는 것. 그렇다면 해봄직하지 않은가.
이리하여 날짜부터 정하여 등록을 하고 부랴부랴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한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영어에 집중했다. 모르는 단어도 많고 짧은 시간 동안 읽어야 할 지문도 많고 내용도 어려웠다. 책 한 권을 대충 훑고 실전 같은 문제들을 풀어보았다. 어느 때는 합격 점수에 못 미치고 어느 때엔 겨우 패스였다. 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근접한 답을 고르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문제를 풀며 감을 익혀 나갔다.
드디어 SAT 시험 당일날, 수험생 신분이 되어 어느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지난달에는 우리 큰애가 본시험을 이번 달에는 내가 보게 되었다.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학교 문으로 향하는데, 마침 아는 엄마가 날 향해 손을 흔드는 게 아닌가. 나도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마치 아이 시험 때문에 온 것인 마냥. 자세한 사연팔이를 할 새도 없이 그렇게 헤어지고, 고등학생들 틈에 섞여 시험장 안으로 들어섰다. 문 앞에서 내 신분증과 등록 여부를 검사하는 시험감독 앞에 괜히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신분증을 더블체크하더니 미소로 화답하며 나를 들여보내주었다.
두 손을 간절히 모았다. 하나님, 부족한 저에게 지혜를 주시고 잘 찍을 수 있는 능력을 더하여 주세요. 요이땅, 시험이 시작되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초침을 따라 내 눈이 바쁘게 돌아갔다. 읽기 파트는 정말 어려웠다. 지문도 길고 단어들도 더 어렵고 헷갈리는 문제들도 더 많았지만, 감으로 찍기 능력을 발휘해 보았다. 문법 파트 또한 알쏭달쏭한 문제들이 많았지만, 지문이 상대적으로 더 짧은 것에 위안을 삼으며 답을 채워나갔다. 다행인 것은 모두 객관식인 것. 수학은 주관식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난 몇 년을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풀어온 자신감을 토대로 문제를 다 풀었다. 몇 개의 문제들이 마지막까지 고민스러웠지만 마침표를 찍었다. 휴우,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짜릿한 긴장감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손꼽아 결과를 기다렸다. 기다렸던 결과를 열어보니 이야호! 합격 점수는 거뜬히 되었다. 영어는 커트라인을 좀 넘겼고, 수학은 상위권이었는데, 첫 SAT 치고는 나쁘지 않은 점수였다. 엄마 그래도 살아 있어~ 하면서 으쓱으쓱 우리 애들한테 자랑도 해보았다.
약간의 공부와 그간 쌓은 지식으로 보긴 했으나 내 실력만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안다. 국문과 졸업생이 미국 와서 어쩌다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 은혜로 다가왔다. 특히 영어 시험에서 찍었던 많은 문제들 중에 합격할 만큼은 맞은 것이 신통했다. 내 부족함을 알기에 더욱 감사했다. 다음 단계로 가라고 손짓하는 이 신호에 용기를 더욱 얻으면서 이 길을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