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한국어 시험 패스하기

미국 교사의 길 (3)

by 박소나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수학을 다시 공부하게 될 줄이야. 학창 시절엔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 과목, 그래서 나는 무조건 문과라고 생각했었는데, 미국 고등학교에서 접하는 수학은 또 새로웠다. 우리는 이해하기 전에 공식부터 외우는 것이 일이었는데, 여기서는 느리지만 하나하나 공식을 이해하듯 배워갔다. 그래프를 푸는 방법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보조교사로 일하며 수학을 가르쳐 주는 것도 좋았고 아이들이 Mrs. Park 하며 내게 도움을 요청할 때면 더욱 신이 났다.


한편으로 이곳 수학 교육에 아쉬운 것은, 한국처럼 암기를 강요하지 않다 보니 기본 공식 등에 아무래도 약한 것 같았다.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고 곱셈, 나눗셈 등 연산에 약한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일찍부터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이들의 계산능력 발달에 큰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보조교사로서 수학 기본기가 약한 학생들에게 곱셈, 나눗셈, 분수 등 기초부터 하나하나 되짚어 주었다. 수학 용어를 잘 습득하면 많은 영어가 필요하지 않았기에 더욱 자신감 있게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인연을 쌓으며 알게 된 것은, 캘리포니아에서는 꼭 전공이 아니어도 교사 자격증과 함께 CSET 과목 시험을 패스하면 그 과목을 가르칠 자격이 된다는 것. 그래서 크게 용기를 내어 수학 교사 자격증을 따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목 자격시험인 CSET 시험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CSET Math 1과 2는 Fundamental Math(Algebra, Geometry 등), 3은 Calculus(미적분)까지 포함한다. 수학 1과 2만 합격해도 중고등학교에서 Algebra(대수학), Geometry(도형) 등의 기본 수학을 가르칠 수 있다. 3까지 합격하면 미적분을 포함하여 높은 레벨의 수학까지 가르칠 수 있다. 원어민도 아니고 수학 전공자도 아닌 나로서는 세 개 다 따서 어떤 수학이든 가르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싶었다. 막연하고도 떨리는 취업의 가능성 앞에서 내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실제로 내가 학교에서 만난 수학 선생님들은 다른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시험을 보고 교사자격증을 갖추어 선생님이 된 경우가 많았다. 또 어떤 선생님은 학교에서 드라마를 가르치다가 전혀 다른 수학 교사의 길로 전향하기도 했다. 전공자만큼 수학 지식이 깊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분야에서 계속 공부하며 가르치는 실력과 교실을 운영하는 능력이 더해지면 수학을 잘 가르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며 도우려는 마음이 크다면 선한 영향력의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음을 보았고, 나 또한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이 길이 저의 길이 맞다면, 부디 순적하게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SAT를 마치고 한 달여 만에 잡은 첫 번째 수학 시험을 잡았다. 그 사이 시험 대비 문제들을 최대한 많이 풀어보았다. 비록 시험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그간 4년여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도우며 쌓아왔던 수학 실력이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첫 번째 수학 시험은 2시간 30분 동안 35개의 객관식 문제들과 주관식 3문제를 풀어야 했다. 객관식을 풀고 나니 주관식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마지막 일 초까지 당겨서 겨우 주관식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두 주 후에 다른 토픽의 두 번째 수학 시험을 봤다. 증명하는 답을 써야 하는 주관식은 쉽지 않았지만 답을 다 썼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세 번째 시험은 Calculus를 다루는, 나로서는 제일 어려운 과목이었다. 그래서 2주 겨울방학을 최대한 이용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시험 날짜를 잡았다. 마침 큰아이도 Calculus를 학교에서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며 문제를 풀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단기간에 많은 내용을 꾸역꾸역 소화하느라 정작 시험지를 펼쳐 드니 퍼뜩 생각이 나지 않아 답답해하기도 했고, 알쏭달쏭한 주관식 문제에서도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붙잡아 정리하느라 마지막까지 끙끙대며 답안지를 제출했다. 분명 세 개의 시험 중에 제일 어려운 과목이었다.


몇 주 뒤에 나오는 결과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차례대로 나온 결과는 세 시험 모두 합격! 수학 시험들을 한 번에 통과했다는 것에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사실은 수학이 체질이었던 것? 그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간절히 두 손 모았을 때 섬광처럼 떠올랐던 지혜들 또한 답안지를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학교와 집에서 고등학교 수학 공부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온 지난 시간들이 디딤돌이 되어서 빛나는 오늘을 선물 받았으리라.


수학 시험을 준비하며, 이와 더불어 나의 주전공인 CSET 한국어 시험 1,2,3도 함께 치러나갔다. 내용은 한국어에 대한 것이지만 지문은 영어이며, 문법과 언어 지식, 한국어 역사와 문화 등의 기본지식도 광범위하게 포함되기에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시험을 준비하며 음운법칙, 향가, 시조 등 친숙했던 여러 단어들을 다시 꺼내어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열심히 한 과목씩 치렀고, 하나씩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렇게 모든 시험들을 통과하여 한국어와 수학을 가르칠 자격에 한발 성큼 다가섰다.


내가 시험을 봤을 당시엔 마침 놀라운 혜택이 있었다. 교사 육성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 차원에서 시험 비용을 면제해 준 것이다. 그래서 시험당 100불 정도 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나는 그 혜택을 알차게 누리면서, 다음 과정을 준비했다. 본격적으로 교사 자격증(teaching credential)을 따기 위해 학교에 등록하여 교직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다. 과연 어떤 학교가 내게 제일 적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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