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대학원생으로

미국 교사의 길 (4)

by 박소나

캘리포니아에서 공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기본 실력 시험과 과목 시험에 통과하면서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되었지만, 학교에 등록하기 전에 나는 다시 한번 되물어 보았다. 시간과 노력, 만만치 않을 비용까지 다 감수할 만큼 이 길에 승산이 있을까? 자격증을 따기까지도 큰 고개를 넘겠지만, 실제 취업하기까지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을 터. 여전히 영어가 장벽으로 여겨졌지만,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조금 더 이 담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보았다.


우선 교사자격증을 딸 수 있는 여러 학교 후보군들을 추려 보았다.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제일 많은 교사들을 배출하고 있는 Calstate(California State University)와 저명하면서도 실속 있는 UC(University of California) 계열의 학교, 그리고 학비가 조금 더 비싸긴 하나 온라인 코스들이 잘 되어 있어서 수강하기 편리한 사립학교들을 두고 고심을 했다. 그래도 이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고 네트워크가 좋은 Calstate이나 UC에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 나로서는 토플 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과, 합격된다면 풀타임으로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점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나의 선택은, 당장 입학 가능하고, 적어도 교생 실습 전까지는 온라인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고 석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는 사립학교로 좁혀졌다. 내가 선택한 학교는 현재 가지고 있는 한국 학사 학위와 성적표만으로 입학이 가능했다. 마침 학교에서 알게 된 수학 선생님도 다른 일을 하다가 이 학교를 통해 수학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말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만큼 일하면서 공부하기에 적합한 학교일 것 같았다. 다만 사립이기에 학비가 더 비쌌지만, 현재 근무하는 학교와 파트너십이 되어 있어 15% 할인을 준다고 하니 내 월급으로 충당 가능해 보였다. 마침, 오렌지 카운티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이 있다길래 신청해 보니, 별도의 온라인 수업 및 미팅 등 요건을 충족시키면 3,000불 정도 보조가 나올 것 같았다. 등록금 할인에 장학금도 받게 되다니! 이리저리 두드리니 길이 열리고 있었다.


사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은 나의 로망이 아니었던가. 비록 온라인 수업이긴 하나 다른 미국 학생들과 나란히 수업을 들으며 같은 목표로 공부한다는 것은 나로선 또 하나의 소원 성취였다. 게다가 조금 더 학점을 따서 Master degree(석사 학위)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멋진 일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나 자신에게 투자해 보기로 했다. 나의 월급, 시간, 노력을 부어, 50이 되기 전에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해 보기로! 언제나 엄마로, 아내로 우선순위에서 늘 양보만 하는 삶을 오래 살다가, 나의 미래를 위해 온전히 투자한다는 건 힘들지언정, 설렘 그 자체였다.


이리하여 낮에는 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중고등학생 거느린 가정주부로 집안 일 하고, 저녁 먹은 후엔 공부 모드로 돌입하여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한 달에 한 과목씩 끝내는 스케줄로, 일주일에 한 번 라이브 강의가 있었고, 주어진 자료와 비디오를 참고하여 주마다 꼬박꼬박 숙제를 내는 일정이었다. 온라인 수업이어서 편한 점도 많았지만, 제일 극복해야 할 장벽은 역시 영어였고, 거기에서 오는 내 초라한 자격지심도 나를 따라다녔다. 직접 대면할 일이 없어서 그나마 타격감이 덜했지만, 줌 미팅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해야 할 때면 쥐구멍에 숨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 유창한 원어민들이었고, 나 같은 이민자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나이로는 내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첫 과목 온라인 미팅 때는 연세 많으신 흑인 할아버지가 계셔서 우린 다들 교수님으로 알고 인사했는데, 알고 보니 그분도 학생이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게 사실이었고, 기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공부하면서 제일 힘든 건 긴 글의 영어 작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제를 써 내려가는 것도, 내 의견을 정리하여 쓰고 다른 학생들의 글에 답글을 다는 것도 모두 벅차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썼는지 예시문 등이 절실하게 필요하여 인터넷을 찾아 헤맸고, 고등학생 딸에게 도움을 청하여 교정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숙제를 내고 있을 무렵, 학교에서 다른 몇몇 보조교사들이 ChatGPT 이야기하는 것을 얼핏 듣게 되었다. 아이들이 그걸로 영작 숙제를 해오면 선생님들이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며 문제라는 거다. 그땐 한 귀로 흘려들었는데, 다른 학부모 엄마가 자신은 그 도움을 받아 선생님들에게 이메일을 유창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경험담이 또 들려왔다. 한쪽에선 문제라는데, 또 다른 한쪽에선 유용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이 AI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는 곧바로 그 앱을 받아 내 숙제에 적용해 보았다. 그랬더니, 부족한 내 글을 순식간에 멋지게 교정해 주는데, 너무 고급스럽게 고쳐주는 바람에 워워, 진정시켜야 했다. 교정뿐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와 가이드까지 제시해 주니, 눈물 나게 고마운 도우미였다.


이렇게 시대를 잘 타고난 덕에, 이 한국 아줌마 학생은 미국 학생들 틈에서 용감하게 버티며 한 과목씩 A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이어서 편한 만큼, 영어 실력을 더 늘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도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학점을 하나하나 이수한다는 데 의의를 가졌다. 교사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교생 실습을 하면서 동시에 CALTPA(California Teacher Performance Assessment)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도 어렵다는 과정이기에 당연히 걱정이 되고 부담이 되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고 일 년이 되어가면서,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다. 교생 실습을 나가야 할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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