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감정에서 시작된 도구에 대하여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언제부터인가
내 감정을 감추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회의에서 피드백을 받을 때,
내가 설계한 화면이 무시될 때,
사용자의 행동과 마음을 수없이 분석하면서도
정작 내 감정은 늘 메모 밖 어딘가에 놓여 있었다.
이 시리즈는
그 놓쳐왔던 감정을 다시 데려오는 과정이었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에도,
어디선가 들은 말 한마디에 하루가 흔들릴 때도,
디자인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꾹 눌러 담는 대신,
조심스럽게 펼쳐본 시간이었다.
툴킷이라는 말은 사실
이 감정을 감추지 않고 다뤄보려는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핑계여도 괜찮았다.
그 안에서 나는 디자인도 감정이고,
디자이너도 사용자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하고 싶은 건,
우리는 잘 해내는 것보다 잘 느끼는 사람이길 원한다는 것.
피드백에 앞서 마음을 열고,
결과보다 흐름에 집중하며,
픽셀보다는 감정의 잔상이 오래 남는 작업을 꿈꾼다는 것.
감정은 데이터를 남기지 않지만, 기억을 남긴다.
그 기억이 설계를 바꾸고,
때로는 나 자신도 바꾼다.
이 감정툴킷은 완성된 답이 아니다.
앞으로도 자주 흔들릴 것이고,
다시 돌아보고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를 쓰면서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 이런 것일 거다.
디자이너의 감정은, 결코 사적인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경험만큼이나 존중받아야 할 또 하나의 설계 대상이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이름 아래
조금은 눌러 담았던 감정들을 꺼내놓는 동안,
저의 작업도, 마음도 다시 정리되어 갔습니다.
이 시리즈를 마치며,
부족한 글을 읽어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