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처음 손에 잡은 건 25살의 겨울이였다.
청소년 시기의 나는 담배 냄새를 매우 싫어했으며 담배를 핀다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25살의 내가 담배를 피게 된 이유는
굉장히 쌩뚱맞은 이유였지만, 어찌되었건 그때부터 내 흡연이 시작되었다.
난 애연가가 아니다.
담배 냄새를 좋아해본적은 단언컨데 단 한번도 없고
담배를 피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저 습관적으로 피게 되었던 것 같다.
눈 뜨자마자 한모금,
밥먹고 나서 한모금,
뭔가 생각할 때 한모금..
중간중간, 금연을 시도했다.
아마 제일 길었던게 3개월 정도 였던거 같은데
그 때 무슨 이유때문에 다시 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때 당시에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었다.
담배는 끊는게 아니다.
그냥 끝없이 참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에 가깝다.
언젠가 TV 에서 유느님, 유재석이 이야기한 것을 본적이 있다.
곧 죽는다면 뭘하고 싶냐고 물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답변이 기가 막혔다. 마지막으로 한모금 하고 싶다. 라고 ..
아마 유재석도 마찬가지일꺼다.
내면속에선 지속적으로 생각이 나겠지만
본인의 의지로 그것을 차단하고 있는 것 뿐이다...
비염이 너무 심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간 병원에서
비염이 심해져서 다른 병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사실 난 알고 있었다.
내 비염의 원인이 꽃가루보다는 담배라는 것을.
꽃가루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담배가 더
크리티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흡연으로 인한 비염이 내 기관지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애써, 마주보려하지 않았을 뿐. 분명히 난 알고 있었다...
손에서 담배를 놓았다.
피고싶지만, 참기로 했다.
참아보니, 비염이 호전되고 있는게 느껴진다.
담배를 포기하고, 내 기관지가 건강해지는 걸 느낌으로써
대리 만족감을 얻는다.
일주일을 참았더니 뭔가 자꾸 먹고 싶다.
이제 짜증이 나거나 하진 않는 것에 안도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도 피고 싶긴 하다.
이 피고 싶다는 생각이 언젠가 끝이 나긴 할까?
그러면 조금은 편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