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한 외로움 속에서 깊은 마음의 위로를 얻는
내가 일본 시코쿠四国를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지인에게 “시코쿠에 가면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해도 돼”라고 했더니 “그럼 내가 사는 충남 보령으로 와,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긴 하다. 시코쿠는 쇼핑할 곳도 많지 않고, 그렇다고 대단한 미식 도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압도적인 자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나는 왜 시코쿠를 좋아하는 걸까.
시코쿠는 누군가 미리 채워놓은 내용 없이, 텅 빈 틀만 있는 여행지여서가 아닐까 싶다. 시코쿠가 얼마나 텅 빈 곳인지 말해주는 것은 바로 신칸센의 부재다. 시코쿠는 일본을 구성하는 4개의 큰 섬 중에 유일하게 신칸센이 없는,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구久철도선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나마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배차간격이 멀고, 차량은 한 량짜리 차량으로 운행할 뿐만 아니라 무인역이 많아서 차장이 혼자서 운전, 발권, 표 검수까지 다 하는 원맨(one-man) 전차가 흔하다.
바로 그거였다. 내가 시코쿠를 가는 것은 그런 텅 빈 완행열차를 타고 화려할 것도 없는 자연경관과 해가 거듭할수록 한산해지는 마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거다. 나는 그 순간 절절한 외로움 속에서 깊은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의 심심한 시코쿠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