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보다 작은 마을이 좋아

“혼자 걷는 작은 일본 마을에서 나를 만나다”

by 빛결

1.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 요즘


사무실엔 오늘도 나 혼자다.

낯선 것이 없는 책상, 익숙한 메일들,

몇 번 울리는 전화 소리, 그리고 긴 침묵.


일은 어렵지 않다.

반복적인 업무는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끝내버린다.

그 나머지 시간은 조용하고 느리게 흘러간다.

처음엔 이 고요함이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정적이

내 안을 텅 비게 만들고 있다.


그럴 때면

불쑥, 그 일본의 작은 마을이 떠오른다.

내가 걷던 낯설고 조용한 골목

아무도 모르게 나를 찾아왔던 시간들


2. 느긋하게 흘러가는 일본 소도시 '사가'


코로나가 물러갈 때쯤의 가을에 떠났던 일본여행이 있다.

목적지도 특별하지 않았고, 그곳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없다.

그저 조용한 마을을 걷고 싶었다.


그곳에서 나는 사가현시립미술관에 갔고

때마침 마을 학생들의 사진전과 그림전이 열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람하고 있던 나,

마치 이 마을 사람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그림을 감상했다.

익숙한 것들에서 살짝 벗어난 그 감각은 그 공간에서

나에게만 낯설었지만 묘하게 따뜻했다.


미술관에서 나와 조용한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내가 보던 가을 하늘과 다른 하늘을 보고

내가 맡던 가을 냄새와 다른 공기를 마시며

내가 느끼던 바람과 다른 바람을 느끼며


아무도 말 걸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충만했다.


3. 그 마을이 내게 가르쳐준 것


나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지만,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혼자 있는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늘 외롭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그 일본 마을에서의 시간은 달랐다.

'혼자 있는 것'과 '고요함'은 다르다는 걸

나는 그날 처음으로 느꼈다.


혼자라는 상태는 때로 사람을 가라앉게 하지만,

고요함은 사람을 만나게 한다.

그것도 나 자신을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조용한 걸 좋아하고, 사람 냄새나는 마을을 사랑하고,

정보보다 느낌을 남기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것.


4. 작지만 깊은 여행의 시작


마음은 어느새 또 다른 마을로 떠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다시 그 골목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시간.

조용하지만, 나를 채우는 순간.

앞으로 이 공간에서

내가 만난 작은 일본 마을들과 그 안의 나를

조금씩 풀어내 보려고 한다.


도쿄보다 작은 마을이 좋아

그곳엔 나다운 내가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