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 바다와 마주하다.
처음으로 바다를 건넜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다른 세계로 가는 것에
하늘이 아니라 바다를 선택한 것이다.
비행기보다 느린 속도였지만
그 시간만큼이나
내 마음도 천천히 낯선 나라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때 나는 21살 대학생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외길에서 벗어나
자유라는 광활함을 몸소 받아들이고
무엇이든 선택하고 시작의 문을 열 용기가 충만했다.
그 첫 번째 시작의 문이 바다였고, 일본이었다.
내가 비행기가 아닌 배를 선택한 건
쉬운 게 싫어서였다.
편한 게 싫어서였다.
그때는 그랬다.
그래야 어른인 줄 알았다.
바다 위의 밤.
나라는 존재 말고 내 몸을 둘러싼 모든 것이 처음이다.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경계 없이 하나처럼 느껴졌고,
나의 몸과 마음의 경계도 사라졌다.
그 가운데에 선 나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다.
도전, 설렘, 그리고 곧 앞다퉈올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그 바다는 고요했지만 나의 심장은 요동쳤다.
한참을 끝없는 앞을 바라봤다.
갑자기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요동치던 심장이 바다처럼 고요하고
평온해졌다.
그 무엇이든 괜찮을 거라고 시작하라고
바다가 내가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