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보다 작은 마을이 좋아

나라, 사슴과 나눈 짧은 대화

by 빛결

오사카에서 특급 열차를 타고 나라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라역에서 내렸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놀랐다.

오사카의 화려함에 젖어 들떠 있던 사람들,

열차 안에서도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가득했는데—


나라역에 내리는 순간,

그 들뜬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마치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표정도, 말투도 가라앉아 있었다.


“여기가 나라야. 여긴 차분해져도 돼.”

그런 공기가 퍼져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라역에서 나라공원까지 걷는 길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었지만

조용했고, 한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라공원에 다다르자

“우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공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그 너른 공간엔

자연과 사슴, 그것뿐이었다.


손대지 않은 듯한 숲,

고대 일본의 고고함과 품위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마치 신들이 사는 마을에

인간이 잠시 초대받은 듯한 기분.


나는 사슴 한 마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도망치지 않고,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그 사슴.
우리는 몇 초간 눈을 마주쳤고,
나는 조용히 말을 걸었다.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자.”

사슴은 천천히 움직임을 멈췄다.
허락이라도 하듯.
그렇게 우리는, 같은 프레임 안에 담겼다.

사실, 마음 한켠엔 조심스러움도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슴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사슴은
동물원 너머 철창 안에 있는 존재였고,
절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 속에 있었다.

‘혹시 달려들면 어쩌지?
물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잠깐 그런 생각도 스쳤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이 사슴은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마치, 신에게
“오늘 온 인간은 괜찮아. 잘 대해줘.”
라고 명령이라도 받은 듯한.

그날, 사람도 사슴도
그저 자연의 일부였다.
어떤 경계도, 위계도 없이
같은 공기를 나누고 있는 존재처럼.

지금도 사진 속 나는 웃고 있다.
그리고 그 사슴도—
정말로 웃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아주 짧고, 아주 고요한 교감이었다.
자연 속에선,
사람도 동물도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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