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마, 빛의 길 위에 내 안을 비추는 시간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나는 몇 가지 분명한 조건을 둔다.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을 것.
이미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피할 것.
가능하면 자연이 있을 것.
그리고, 그곳에 닿는 길이 조금은 불편할 것.
왜냐하면,
비행기를 타고 멀리까지 가서
결국 한국어가 사방에서 들리고,
어디를 가도 한국 관광버스가 정차하고 있다면
굳이 해외까지 나설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나라 ‘일본’
한국인들이 많지 않은 곳을 선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본을 자주 가는 편이다.
일단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알기에 다니기 편하고
무엇보다 비행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비행기 멀미가 심한 나에게
‘짧게 날아갈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장점이 된다.
다소 까다로운 기준들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곳이 있었다.
바로 후쿠오카현 후쿠쓰시에 있는
‘미야지다케 신사’의 빛의 길.
이름부터 너무 좋았다. 빛의 길.
신사에서 바다까지 이어지는 길에
해가 지는 순간, 황금빛이 쏟아진다고 했다.
‘내가 원했던 곳! 바로 여기다.’
게다가 이곳은 아직 한국인들에게
그리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었고,
가는 길도 결코 간단하진 않았다.
빛의 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이끌었지만
그곳에 닿기까지의 여정도 마음에 들었다.
하카타역에서 기차를 타고 40분.
후쿠마역에 도착한 후엔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10분 남짓을 달려야 한다.
그 약간의 번거로움이 오히려
이곳을 더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빛의 길을 향하는 내내
나는 ‘빛’과 ‘길’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빛나는 사람인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정말 맞는 걸까?
살면서 수없이 반복해 온 질문들이
그날따라 유난히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다행히 해가 지기 30분 전,
나는 그 길 위에 도착했다.
신사에서 바다까지
곧게 이어지는 길 위로
서서히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 위로 둥그렇게 떠오른 태양이
천천히 ‘빛의 길’로 다가온다.
길의 끝과 끝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순간.
그 빛은 눈부셨지만 따뜻했고,
조용했지만 분명한 말로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너는 지금, 너의 길 위에 서 있어.'
지금껏 빛나야 한다는 조급함,
내가 걷는 길이 맞는지 불안했던 마음들이
그 빛 아래에서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정답이 없어도 괜찮다고,
길 위에 서 있는 너 자신이 이미 충분하다고
빛의 길을 따라 나에게 말해주는 듯했다.
빛의 길을 걷는다는 건
무언가를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빛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잠시지만
나 자신과 내가 걷는 길을 믿어보기로 했다.
<직접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