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보다 작은 마을이 좋아

유후인, 물로 흘러 보내는 비움의 시간

by 빛결

어릴 때부터 목욕탕에 가는 걸 좋아했다.

맨몸으로 탕에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물속에 잠긴 몸이 안락하게 느껴졌고

마치 엄마 뱃속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실이 힘들고 머릿속이 복잡해질 땐

늘 목욕탕이 먼저 떠올랐다.

나에게 목욕탕은 말 그대로, 소염진통제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목욕해도 나아지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방법이 하나뿐이다.

그냥 떠나는 것. 멀리, 아주 멀리.


후쿠오카 공항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유후인으로 향했다.

물속에 나를 통째로 맡길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다.

온천이라면, 더 좋았고.


머릿속은 여전히 24시간 영업 중이었다.

생각은 도마뱀 꼬리처럼 잘라내도 끊임없이 자라났고,

불면으로 집중력은 흐려졌다.

정신이 흐릿한 채,

나는 유후인의 고급 료칸을 예약해 버렸다.

통장은 비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1월 말, 겨울의 끝자락.

버스가 유후인에 가까워질수록

건물은 줄고, 풍경은 고요해졌다.

차에서 내리자

겨울의 찬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왔다.

숨이 트이고,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료칸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고

노천탕으로 향했다.

차분하게 순서를 따라 준비한 뒤,

물속에 몸을 담갔다.

내 몸 구석구석 빈틈없이 채워지는 물의 무게.

그 따뜻함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몸은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머릿속은 점점 차가워졌다.

겨울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그 차가움이 복잡했던 마음까지 식혀주는 듯했다.


뜨거움과 차가움.

그 이질적인 조화 속에서

나는 묘한 정화를 느꼈다.


24시간 영업하던 머릿속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공간이 생긴다.


영업 종료를 기다리며

물속에 가만히,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직접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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