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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잇 Aug 11. 2017

밤, 혹은 흑백

  웃을 수 있던 어느 날나에게 물었다너는 야행성이야나는 대답했다아무래도 야행성인 것 같아누군가는 내게 말했다너는 밤에 일하고 낮에 잘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겠구나나는 대답했다낮에는 자고밤에는 놀고 싶어.

문득얼핏 주워 담았던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말이 그 누가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인간은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말그 말이 꽤 내게 위안을 주었다나는 놀고 싶은 게 아니라 일하는 게 적성에 맞지 않은 것이야나를 토닥토닥 쓰다듬어주었다.     


점점 말하기는 어려워지고매일 밤 나의 곁에는 우울이라는 이름이 함께한다고민을 해야 하지만고민을 하기 싫은 이 게으름답은 없지만누군가 문제를 풀어주면 좋겠다는 이기심나는 그런 것들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왜 나를 빚은 누군가는 내게 노력이나 성실이라는 이름의 재능을 불어넣지 않으셨을까나의 재능은 아주 보잘 것 없는 망상과 자기위안이 전부라는 사실을 깜박 하신 걸까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나에게 복권 1등 번호를 불러주시면 아무 원망 하지 않을 자신 있는데.     


옷이 찢어졌다새벽은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다내 귀에 속닥거리던 누군가의 이야기들도 잠시 잠에 청하고오히려 내가 타인을 찾아나서는 시간그들이 보여 지는 모습을 감상하다 보면 나는 끝도 없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때로는 평론가마냥 쳐다보기도 하고때로는 글자를 곱씹어 다시는 뱉어내지 않을 모양새로 입안에서 굴린다한 음절씩 먹어치우며 나는 그와 동시에 생각이라는 것을 멈춘다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음절단위로 조각난 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몇 번이고 반복해서 씹어 먹은 후에서야 나는 겨우 끼워 맞춰 문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내게 글이란 때론 포기해버리고 싶은 퍼즐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을 써내려가는 의무는 필요악일까몇 번이고 고치고지워보지만 끝내 마음에 차지 않은 문장을 나는 사랑해야할까그렇게라도 사랑해야하는 걸까사랑 할 수는 있을까타인에게 비춰지는 나를 재단하기에는 근래의 나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그들의 나는 어쩌면혹시나사랑이 존재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그러나 이 순간 깨달은 것은 얼마나 야멸찬 사람인가에 대한 것이다동시에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까이 글최소한 이 단락 속의 문장들 중 마음에 차는 문장은 하나도 없음이.  

   

고양이들이 떼를 지어 울부짖는다가끔씩은 어린 아기가 우는 소리로 착각하기도 하지만때로는 절망이 운다면 저런 소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캄캄한 밤이 아니라 이른 아침에 맞이하는 절망은 더 섬뜩하다절망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겠지나는 귀를 막고 잠을 청해본다


그렇게 그럴 듯 해지는 조차도 버거운 순간나는 새로운 페이지를 꺼낸다.

그렇게 한 단락씩 사라져가는 것이다.













*사진을 비롯한 모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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