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산, 계곡과 폭포
슬로베니아 Triglav자연의 2번째 물과 관련된 지형인 폭포와 계곡에 관한 이야기다.
II. 산과 계곡, Vogel산
보히니 호수 근처의 Vogel산을 오르는 데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매 30분마다 케이블카가 산 정상까지 운영되고 있다. Vogel산 정상은 1,535미터로 4월 말임에도 아직 다 녹지 않은 눈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Vogel산 정상의 모습과 멀리 보이는 트리글라브 산, 아래 펼쳐 보이는 보히니 호수
원래 이 산 정상은 겨울철엔 스키센터로 운영되는 곳이다. 봄이나 여름엔 하이킹, 산악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 각종 레포츠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산 정상에 오르는 케이블카는 타는 시간 대비 약간 비싼 편이지만(왕복 어른 12유로, 어린이 8유로),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보히니 호수의 전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슬로베니아는 시설 이용료가 비싼 편이다. 산악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선 그 흔한 터널을 슬로베니아 국경에선 7.6유로 요금을 받는다. 나름 국력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아침에 가서 그런지 구름이 다 걷히지 않았다. 그 날 오후에 맑은 날씨였던 것을 생각하면, 오후에 산 정상에 올 걸 하며 후회했다. 산 정상은 맑은 날에 구름 없이 깨끗한 하늘과 함께 보는 것이 제 맛이다.
정상에서 트리글라브 산이 보인다. 아직 눈으로 덮여 있다.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산이니 슬로베니아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에 노란색 추락방지 표지판이 서 있다. 우습단 생각이 든다. 왜냐면 실제 그 장소보다 표지판이 너무 과하게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보이는 길쭉한 모양의 보히니 호수는 작년 가을 우리 가족 최고의 최고 여행지였던 오스트리아 짤쯔카머구트의 호수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모두 오래전 빙하가 만들어낸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산 정상에선 물의 또 다른 형태인 '눈'을 발견했다.
물의 형태는 정말 다양하다. 물은 진정한 생명의 근원이란 생각을 여행 내내 해 보았다.
산 정상을 내려와 우리 가족이 찾은 곳은 근처의 Savica폭포였다. 사비차폭포는 우리가 묶었던 호텔을 포함해 많은 곳에 광고가 되고 있는 곳이었다. 폭포를 본 지가 하도 까마득해서 가보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서치 해 보니 얼마 걷지 않아도 폭포에 다다를 것으로 생각되었다.
폭포를 향해 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빼곡한 수목은 오전의 맑은 햇살과 함께 더없는 상쾌함과 신선함을 우리 가족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이곳저곳 붙어있는 광고에 비해 폭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산은 계곡을 끼고 계속 올라가는데 지난주 온 많은 양의 비로 계곡은 더욱 시끄럽고 쾌활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고 있다.
두 번째 물의 지형인 계곡과 마주한다.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지만, 지형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언어의 다양함이 재미있다. 호텔 옆에 있는 개울을 포함하면 세 번째지만, 그 개울은 감흥이 별로여서 빼기로 한다.
계곡 물은 먹을 수 있을 만큼 아주 맑다. 하지만, 석회암지대라서 석회 성분을 같이 먹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대부분 유럽의 물은(사 먹는 생수나 수돗물 포함) 모두 석회성분이 포함돼 있지만 말이다.
폭포로 올라가는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산이 가파르고 비가 와서인지 낙엽이 미끄럽다. 드디어 우리 가족의 폭포행을 멈추게 한 난관과 부닥쳤다. 조그만 개울의 물이 불어 어른이 점프를 해 넘어야 하는 정도가 된 것이다. 아이들의 힘으론 넘기가 역부족이었다. 딸아이는 계속 오르길 원했지만 내가 돕는다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나만 폭포에 다녀오기로 하고 가족들은 아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슬아슬하게 개울을 건너고(사실 한 발이 빠져, 어쩔 수 없이, 운동화에 물이 새어 들었다. 등산화를 준비 못한 내 잘못이다. 산행은 항상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계속 올라갔다. 계속 생각나는 것은 아이들이 올라오지 않길 잘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산이 가파르고, 계속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내 뒤를 쫓던 한 커플이 중간에 쉬기로 작정한 것 같다. 포기한 것인지....
나 혼자 계속 올랐다. 한참만에 고생을 하며 오른 산에서 폭포를 맞닥들이는 순간이란.....
웅장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물이 햇볕과 만나 만들어내는 근사한 무지개는 고생을 모두 잊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나만 보기가 아까워 동영상을 담고 산을 내려왔다.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 마음이 급해진지라, 여유를 느낄 겨를이 없다. 걱정할지 모르는 가족이 폭포보단 중요하니 말이다. 폭포의 장엄함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내가 더 대견하다. 내려가다 다시 만난 쉬고 있는 그 커플에게 시간을 살짝 줄여 말해서 올라갈 용기를 북돋아주고 가족과 합류하였다.
내려가는 산 길에서 예쁜 꽃을 보고 있노라니,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같은 꽃으로 또 다른 흰나비가 찾아들었다. 두 마리 슬로베니아 나비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참 보기 힘들 수도 있는 장면이라고 스스로 감탄하며,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이라 상상해 보았다.
자연은 뜻하지 않게, 그것을 진정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다. 나비 두 마리를 보고 너무 거창한 것은 아닌지....
다음 여행지는 블레드 호수 여행자들에게 한창 뜨고 있는 관광지인 빈트가르 협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