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인을 닮은 에트나 화산
시칠리아 여행의 시작 이야기는 아무래도 에트나 화산에 대한 것이 자연스러울 듯하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예로부터 지중해와 에트나 화산이란 대자연을 숭배하고, 두려워하며 살아왔다. 누군가에겐 활화산이 삶의 수단이 되기도 했고 때론 화산을 적극 이용하기도 하였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아이스크림도 아랍의 시칠리아 지배 시절 에트나 산 꼭대기의 눈으로 전통음료인 샤르바트를 얼려먹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됬다고 한다. 근데 사실 이 설은 틀린 것 같다. 왜냐면,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비가 와도 지표면이 뜨겁기 때문에 금세 증발해 버린다고 했다. 왜 한라산의 백록담과 같은 담수호가 없을까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한라산은 휴화산이므로 분화구에 물이 고이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그리고,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의 지질을 이용해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것 또한 화산이 주는 선물이다. 원래 포도나무는 약간 건조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잘 자라고 질 좋은 포도가 생산된다고 한다.
에트나 화산은 지금도 가스를 계속 분출하고 폭발하며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고 한다. 가장 최근엔 2017년 4~5월에 화산 폭발과 용암 분출이 있었다고 한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에트나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1669년엔 에트나 화산의 대폭발로 카타니아 서부가 거의 파괴되었었다고 가이드가 알려주었다. 그 이후엔 아직 도시를 덮칠 만한 대폭발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항상 변화하는 화산의 속성상 그것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이 두려움이 고대 사람들에겐 숭배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활화산을 직접 처음으로 체험한 나는 시칠리아에 고마워했다. 그 많은 여행의 즐거움에서도 단연 진귀한 대자연이 주는 감동은 그 어느 것에 비교하기 힘들다.
풀 한 포기 안 보이는 삭막해 보이는 능선, 화산재와 현무암, 그리고 가스를 분출하는 장관이 내가 지금 지구의 정말 색다른 어떤 곳에 와 있단 느낌을 한껏 살려주었다.
하지만 이 색다른 풍광을 보는데 지불하는 비용은 시칠리아 여행의 그 어느 경비보다도 비쌌다. 인당 63유로를 내고 케이블카와 가이드 딸린 특수 미니버스(Mercedes-Benz Unimog)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많이 걷지도 않고, 비교적 편안하게 화산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다.
좀 더 화산과 가까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장비를 모두 챙기고, 화산 전문 가이드와 트레킹 하는 상품도 개발이 되어 있다.
시칠리아 그 어느 관광상품보다 비싸긴 했지만, 가장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자연을 느끼도록 잘 만든 관광상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칠리아에서 이보다 더 잘 하긴 힘들 것 같았다.
에트나 화산은 알프스 남쪽의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기도 하다. 그 높이만도 3,329m에 달한다. 또한 크기는 1,250평방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산이다. 카타니아 등 동쪽 어느 도시에서건 에트나 화산을 볼 수 있다.
산 정상에는 4곳의 분화구가 있는데, 남동쪽 분화구, 북동쪽 분화구, Voragine, 새 분화구가 그것이다. 이 네 곳이 지금 왕성하게 가스를 내뿜고 있는 분화구이다.
에트나 화산을 즐기는 방법은 렌터카나 카타니아나 타오르미나에서 여행상품으로 남쪽 슬로프에 있는 Rifugio Sapienza(사피엔자 대피소, 1923m)까지 벤을 타고 오는 방법이 있다. 거기에서 티켓을 사면 처음 타게 되는 것이 케이블카이다. 케이블카는 Funivia dell'Etna라고 부르는데 6명이 탈 수 있는 구조이다. 이 케이블카를 타면 2500m 지점까지 데려다준다.
고도가 높아 산소가 부족해서 인지 굉장히 피곤함과 허기짐을 빨리 느끼게 된다. 뭐라도 간식거리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완만한 경사를 올라가지만 바닥이 화산암과 화산재로 미끄러워 등산화는 필수이다. 등산화는 대피소 근처에서 빌려 신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고도가 높아 바람이 계속 많이 불어 한여름이라도 점퍼류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온도도 카타니아 시내와 10도 이상 차이가 났다.
그리고, 헬멧 등 완전 등산장비를 갖추어야만 출입 가능한 지역도 있다.
해발 2920m 지점까지는 바퀴가 큰 특수 미니버스로 가야 한다. 버스가 내리면 영어 가이드가 영어 하는 사람들을 맞아 준다. 영어를 잘 못해도 영어를 들어야지 별 수 없다. 이탈리아어 보단 나으니 말이다. 물론 한국어를 하는 가이드는 없다.
가이드가 안내해 주는 곳은 2002년과 2003년 폭발이 있었던 분화구로 화산과 분화구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해 준다. 가이드는 분화구들을 돌며 설명해주는데, 약 1시간 안되게 소요되는 것 같다.
우린 가이드 설명이 끝나도 내려가지 않고, 분화구에 남아 1시간이 넘도록 경치를 감상하고 또 감상했다.
버스는 어느 것이나 내려가는 것을 타면 되기 때문이다.
삶이 지루해 정말 색다른 것을 보고 싶을 때 한번씩 꺼내보고 싶은 풍경이다.
눈과 카메라에 열심히 담아 보지만, 언제 꺼내 볼지는 알 수 없다.
여행이 계속되면서 더 멋진 곳을 찾아 계속 기억이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 활화산만큼은 견출만 한 경치가 크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보아온 자연과 너무도 색달라서 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