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대왕은 어느 나라 사람일까?

그리스 테살로니키와 마케도니아 스코페 여행기

by 준비된 여행

마케도니아 공화국과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를 다녀왔다.

테살로니키는 그리스에서 2번째로 큰 도시로 마케도니아 주의 주도이다.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UN과 EU가 인정한 공식 명칭은 FYROM이다. FYROM은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다. FYROM이란 복잡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연이 많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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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는 고대부터 사용되어 오던 그리스 북부와 마케도니아 공화국 지역, 그리고 현재의 불가리아 남서부 일부를 지칭하는 지명이었다.

20171031_142951.jpg 마케도니아 국기가 보이는 스코페의 마케도니아 광장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이집트와 인도 서부까지 영토를 넓힌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고향이기도 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33세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세계사적인 정복자이자 영웅이다.

이러한 영웅을 사이에 둔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갈등은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1990년 구 유고슬라비아의 해체로 독립을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20171028_153917.jpg 그리스 테살로니키 고고학 박물관에 있는 알레산드로스 대왕 흉상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지명 그대로인 마케도니아를 국명으로 삼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 지명은 그리스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쉽사리 넘겨줄 수 없는 것이었다. 세계사적인 영웅인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 3세) 대왕은 고대 마케도니아 사람이었으며, 이미 그리스엔 마케도니아 주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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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8_152834.jpg 테살로니키 고고학 박물관 유물 - 필리포스 2세 무덤(그리스 펠라 근처)에서 출토된 유물들
20171028_153659.jpg 테살로니키 고고학 박물관의 유물들

마케도니아란 국명을 쓰려는 현재의 FYROM과 그리스는 커다란 갈등을 가지게 된다. 독립 후 UN에 가입하고자 하지만 국명 문제로 어려움 끝에 1993년 4월 FYROM이란 공식 명칭으로 UN에 가입하게 된다. EU 가입국인 그리스는 아직도 국명 문제로 마케도니아의 EU 가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FYROM이 처음 선택한 국기의 모양도 알렉산드로스 시절의 고대 마케도니아 국기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리스와 갈등을 빚었다. 현재 FYROM이 사용하는 국기는 고대 마케도니아의 상징인 '베르기나의 별'에서 단순화시킨 새로운 형태의 국기를 사용하고 있다.

20171031_155958.jpg 스코페 아트 브리지
20171031_160612.jpg 마케도니아는 마케도니아 정교회와 이슬람교(약 30%)를 믿는 나라이다.
20171031_161119.jpg 스코페는 동상들의 도시이다.
20171031_161216.jpg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의 Art Bridge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마케도니아 공화국과 한국은 수교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올해 발표한 세계 여권 경쟁력 3위인 우리나라가 수교하지 않은 나라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행히 마케도니아 측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비자 없이도 입국이 가능하게 조치를 해 주어, 입출국에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마케도니아 사람이 한국에 들어오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리스와의 외교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마케도니아 공화국과는 수교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20171031_143747.jpg 스코페 구시가와 신시가를 나누는 바르다르 강과 마케도니아 고고학박물관
20171031_143947.jpg 키릴과 메소디우스 형제, 중앙에 칼레요새가 보인다.

6세기 비잔틴 제국시절 처음 건설한 칼레요세에 올라서 찍은 모습,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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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1_115400.jpg 가독교를 전파하고 초기 키릴문자를 만든 키릴루스과 메소디우스 형제 동상 - 스코페
20171031_144546.jpg 위 : 알렉산드로스의 아버지 필리포스 2세, 아래 :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 올림피아스와 어린 알렉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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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_145042.jpg 스코페에 있는 필리포스 2세 동상
20171031_145051.jpg 어린 알렉산드로스와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 2세
20171031_163132.jpg 스코페의 상징, 스톤 브리지 - 1451년 ~ 69년 오스만 제국이 만들었으며 여러 차례 지진에도 견딘 튼튼한 다리

남한 면적의 1/4 크기인 작은 신생국 마케도니아를 여행하며 왠지 모르게 나는 이 소국에 감정이 이입되어 갔다. 내세울 것 없는 이 작은 나라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눈물겨웠다.


과거 자신들의 지역에 살았던 알렉산드로스를 통해 영웅적 희망을 만들고, 고대 마케도니아의 영화를 꿈꾸는 듯하다. 하지만, 이 작고 가난한 나라의 삶은 녹녹지 않아 보였다.

길거리에서 자신의 두 아이들에게 물건을 팔게 하는 한 여자가 보였다. 물론 현대적인 (한껏 웅장함을 뽐내는) 거대한 건물들과 동상들 사이사이로 여러 종류의 걸인이 있었지만, 유독 이 여인이 눈에 띄었다. 이 삶에 찌든 여자는 담배를 피우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해외 동포들도 도와서 만들었다는 거대한 밀리니엄 십자가가 보였다. 6~7세쯤으로 보이는 그 남매는 행인들에게 싸구려 선글라스를 팔고 있었다. 흔한 그들의 일상인 듯한 모습에 난 한편으로 이런 그들의 현실에 화가 나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높은 영웅적 이상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힘들고 보잘것 없는 지금의 마케도니아의 모습 같아 보였다.

20171031_164120.jpg 알렉산더 대왕 동상과 왼쪽 위 하얗게 빛나는 밀레니엄 십자가
20171031_143244.jpg 마케도니아 국기가 펄럭이는 스코페의 마케도니아 광장

지금의 가난한 마케도니아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자 커다란 동상과 큰 건물을 무수히 짓고, 알렉산드로스를 (심지어 알렉산드로스 부모의 동상도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그리스 테살로니키에도 필리포스 2세의 조그만 동상이 있다.) 통해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아는 객관적 현실은 알렉산더는 현재 그리스 펠라에서 태어났으며, 그리스말을 쓰는 그리스인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마케도니아 공화국 사람들의 조상은 북동쪽에서 유래한 슬라브족이고 슬라브(키릴 문자를 사용)어를 사용한다. 고대 알렉산더 대왕과는 좀 차이가 있는 후손인 것이다.


다음에 소개할 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의 정교회에서 키릴 형제가 초기의 키릴 문자를 만들고 슬라브족에게 기독교를 전파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키릴 형제도 그리스 사람이었다.


물론 이 지역의 명칭은 유고슬라비아 시절에도 (국명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고대 마케도니아의 중심(지금 그리스의 테살로니키가 로마나 비잔틴 제국 시절에도 마케도니아의 중심이었다.)은 아니지만, (변방의) 마케도니아였다.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알렉산드로스는 지금의 마케도니아 공화국 지역까지 다스리던 (그 시절 변방의) 그리스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케도니아는 오랫동안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는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지역도 스코페 구시가의 올드 바자르(터키식 시장) 지역이었다. 몇년 전 가보았던 이스탄불의 바자르보다 더 옛 오스만 시절의 정취를 지닌 지역이었다. 이스탄불 바자르는 너무나 관광지적이고 현대적이어서 부자연스러움과 지나친 상업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코페 구시가 올드 바자르 지역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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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터키식 시장을 돌아다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듯한 조금 남루한 옷차림의 (아마도 알바니아계일 것 같은)마케도니아 가족(할머니와 젊은 남자, 그리고 몇 명의 아이들)과 마주쳤는데, 그들이 갑자기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내 사진기로 나를 찍어주는 것으로 생각해서, (서유럽에서처럼) 카메라를 훔쳐가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경계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사진 속에 우리 가족을 담고 싶어 했다. 자신의 가족과 함께..

싫다는 우리 아이들을 달래 사진을 함께 찍어 주었다. 아마도 그들은 동양계 사람들을 처음 보았거나, 아주 오랜만에 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대도시에서 만나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나 보다.

우리가 지나던 거리는 결혼식 예물과 결혼식 옷을 파는 곳이었다. 내 추측은 신랑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 그리고 아이들과 대도시에 예물을 사러 온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바로 귀금속 파는 한 가게에 들어갔다.

우리가 그들에겐 만나기 힘든 존재라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 유럽에 이런 여행지도 있구나..

그만큼 중국을 포함한 동양의 관광객이 없는 곳이 바로 스코페이다.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마케도니아는 심지어 공항에서 파는 특산품마저도 대부분 터키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난 혼자서 생각해 본다.


그리스는 찬란한 고대 미케네 문명과 서양문화의 근원인 그리스 신화, 민주주의 발상지라는 아테네를 가진 자부심, 그리고 고대 올림픽을 만들었던 내세울 것 많은 풍요로운 문화의 나라이다.

실제 역사가 어쨌든, 이제 막 태어난 가난한 이웃나라 국민에게 알렉산더 대왕이란 단 하나의 상징적 희망을 양보하면 어떨까?


아마도 내가 그리스인이라도 결코 양보할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다음 이야기는 또 다른 현대의 역사적인 인물, Mother 테레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테레사 수녀는 스코페에서 태어났지만, 이웃나라 알바니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마케도니아의 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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