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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05. 2016

IV. 조직원끼리의 갈등 - 사례 위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섞여 일한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때로는 존중해 가며, 각 개인과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노력함에 다름이 없다. 더군다나 아시아 사람과 유럽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것은 문화적 차이가 상당하므로 서로 배워나가고 이해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나의 사례는 경영자와 주요 관리자가 아시아계, 정확히는 한국인인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상황이다. 어느 문화권이 경영의 주체가 되느냐에 따라 조직운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조직원이 나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라면 관리자는 이들의 문화와 조직 생활에 대해 좀 더 큰 관심과 이해가 필요함은 당연할 것이다.


내가 제시하고 있는 조직원끼리 갈등 상황 사례에서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최종 선택한 방법은 좀 더 유럽인들의 의식구조에 부합하는, 어떻게 보면 아시아계 한국인이 관리하기엔 귀찮고 까다로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유럽인들은 조직생활(공적인 생활)에 있어 규정이나 지침 등을 중시한다. 인간적인 설득이나 강한 지시(emotional) 보다 더 잘 먹히는 것이 구체적인(logical) 회사 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규정이나 지침인 것이다.   

나는 인간적인 설득작업(좀 더 온기가 있는) 보다 업무분장(Job description) 재정비를 통한(좀 더 냉정한) 갈등 상황 해결책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 당시 S과장은 여러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중 신규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가 그의 몫이었고, 회사에서도 신규사업의 단계적 전략 수립이나 계약 세부 점검 등 해당 부문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즉, 단계적으로 신규조직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내가 관장하는 다른 부문 조직의 조직장이 상당기간 공석이어서 채용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S과장에게 제의한 방법은 신규부서의 업무와 조직장이 공석이었던 업무를 S과장이 관장하게 하고, 기존 부문 업무에서는 L과 M대리 쪽과 업무적으로 가급적 겹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업무분장표를 만드는 것이었다. 대신 내가 직접 S과장의 기존 업무를 챙기고 의사 결정하며, S과장과 필요시 협의토록 하는 체계로 업무를 재편하는 것이었다.

신규업무에서 S과장의 중요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본인의 조직 관할 범위를 넓히는 방법이었으므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내 방법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다른 조직원들도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S과장의 전문성이 결여된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S과장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없애는 방법이었으모로 흔쾌히 수락하였다. 물론 이러한 업무 변경에 대한 조율 과정은 모든 부서원의 참석하에 전 부서원의 동의를 얻어가며 진행하였다.

하지만 큰 틀의 업무조정을 거친 후, 채 두 달도 못되어 S과장과 L과 M대리를 중심으로 한 부서원의 업무적인 갈등이 표출이 되기 시작하였다.

초기 큰 틀의 업무의 분장과 위임을 통해 서로 갈등이 없이 나아가리라 예상했었지만, 아주 디테일한 건별 업무 접점 사항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신규사업 업무를 전체 관장하는 S과장으로서 기존 부서원과 협의하여야 할 사항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은 이미 첫 발을 들여놓은 업무분장을 더욱 세분화하고 전 사안별 모든 의사결정권과 협의 사항에 대한 조율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 것인지를 모두와 함께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조율 절차를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업무분장 효율화를 더욱 업그레이드해 나가기로 하였다.

한국에서였다면 이러한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유럽인들의 정서를 감안한 조직관리는 좀 더 세밀하고 철저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수의 합의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다. 합의과정이 정말 상세한 부분까지 점검해야 했으므로 때론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였고, 서로 양보가 안 되는 경우엔 내가 결정하고 모두를 설득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두 열성적으로 이런 이상한 업무분장 회의에 참여하였고(아마도 자신의 업무를 갈등 없이 좀 더 편하게 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서로 간 양보하는 모습도 가끔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업무상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하고, 업무를 미리 생각해 보는 상황이 되었어야 하므로 각자의 업무에 대해 세밀히 정의하여 보고 자신의 역할을 재인식하여 보는 계기를 갖게 된 것도 이 이상한 회의로 인한 소득이라 할 것이다. 이제 S과장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회의라기 보단, S과장을 제외하고라도 부서원 서로 간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았었던 사소한 업무상 불편함들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진지하게 논의하게도 되었다.

난 이런 회의를 여러 차례 주재하며, 계속적으로 느끼게 된 생각은 "이렇게 열성적으로 뭔가 나누고, 역할을 분리하고 자기의 역할을 정하는 과정을 미리 했더라면, 조직원끼리의 갈등이 최소한 지금의 심각한 지점까진 오지 않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때늦은 후회였다.

유럽인들에겐 업무를 지시함에 있어 좀 더 세부적이고 정확하게, 일을 시키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업무의 진행이 되었을 때 피드백을 적시에 정확히 해 줌이 상당히 중요한 업무지시의 원칙이다.

    

  



이로써 신규 업무분장을 통한 각자의 업무 정착이 진행되어 갔다.

비로소 조직원끼리의 다툼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내가 찾은 방법이 좋은 해결책이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조직장으로선 너무나도 피곤한 방법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직장 또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조직에 대해 그리고, 조직원에 대해 배워가야 하는 조직의 한 구성원이므로 이는 당연히 감당하여야 할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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