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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05. 2016

I. 현장직 발탁 - 사례 위주

 

글로벌 환경하의 제조업에 있어 제조원가를 낮추고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의 필수임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특히 공장단위의 대규모 생산을 통해 경쟁력과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제조업에 있어서는 단가 경쟁력이 있는 제조환경을 찾아 전 세계를 찾아 다니며 제조기지를 만드는 것은 당연시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여러 제조 경쟁력 중 저렴한 인건비로 제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우수한 제조부문 인력을 비교적 낮은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다면, 최적의 생산기지로 삼을 만한 필수조건이 충족되는 셈이다.


낮은 임금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도는 많은 제조기업들.. 그러나 그러한 기업들이 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멀지 않은 미래에 봉착하게 되는 난관은 현장인원들에 대한 관리기법현지 문화나 노무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음은 흔 겪공장 설립 후 패턴일 것이다.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이러한 다문화 환경에서의 직원 관리 및 노무관리 문제일 것이다. 나는 동양문화권과는 상당히 다른 유럽에서의 현장인원 관리의 경험을 토대로 현장직 관리기법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특히, 현장직 발탁과 관련한 나의 경험이 대규모 현장직 인원을 관리하여야 하는 공장 조직에서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근무하였던 곳은 외주인력 포함 대략 1,000여 명의 인원을 관리하여야 하는 중규모 이상의 회사였다. 직영 인력만 700여 명에 달했고, 대다수 인력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위 생산직 인력이었다. 물론 현장직군에서도 우리나라식의 반장, 조장 등 현장관리자가 존재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현지인 사무직이 존재한다. 한국인 최고 관리층은 주로 영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 사무직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장을 관리 및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계 기업의 현장관리 방법이다.

언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현장직군의 직접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유럽 내 한국계 제조기업의 현실이다. 내가 속한 조직 또한 이러한 조직체계나 관리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체계로 인한 단점은 정보의 흐름이나 업무의 지시 등이 항상 사무직군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현장직의 의견이나 잘잘못을 최고 관리층이 정확히 판단하고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고자 현장직군(작업자군 또는 현장직 관리자 수준)과의 직접 소통 채널을 만들고 지속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의 소통채널을 대부분 회사가 가동하고 있다.



실제 기업의 현실에서 흔히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내가 경험하였던 특수한 기회 포착을 통한 적극적 현장직 인력 발탁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U엔 기업뿐 아니라 기업 내 직원들을 돕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나라마다 EU 펀드(일종의 보조금)를 지급하고, 다양한 공익목적 사업에 이용토록 하고 있다.

EU에서는 ESF(European Social Fund)를 조성하여 각 나라별로 예산을 배분다. 이 기금을 통해 근로자의 지속적인 고용상태 유지를 목적으로 EU가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을 선정하고 이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여 개인의 근로능 향상을 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보조금의 근본목적은 근로자에게 평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근로자의 역량개발을 통해 근로환경을 개선하여 보나 나은 조건에서의 지속적인 고용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취지의 사업이다.

그리고, 이 보조금의 사용조건은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종류의 Soft Skill(예를 들어 팀워크 향상, 문제 해결 능력 향상, 시간관리 능력 향상, 의사소통 능력 향상, 관리자 역량 향상, 외국어 교육, 컴퓨터 사용 능력 향상)에 사용할 수 있지만 특정 Technical 한 부분의 교육엔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나와 내 산하의 조직은 이 교육비 보조금의 예산 배정 여부를 확인하자마자, 수개월간 치밀히 준비하여 마침내 EU로부터 그 당시 원화 환산 시 3억 2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금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였다. 보조금을 취득하는데 까지는 당시 신청한 회사에 비해 최종 보조금을 받는 회사 비율이 아주 낮았으므로 나와 우리 조직 구성원들은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계획을 제출하여야 했다.

어디에 어떻게 이 교육비 예산을 사용할 지에 대한 계획을 세부적으로 제출하여야 하였다. 마침내 이 예산으로 현장직 단순 작업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양적으로 풍성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보조금의 가장 큰 장점은 교육을 받는 직원의 공백(교육기간 중)으로 인한 대체인력에 대한 인건비까지를 커버하는 실질적인 교육비 보조금이었다.

우리는 제출한 계획에 의거하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제 교육을 실시하였고, 나중에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달성하였음에 스스로 자축했었다.


 


이러한 교육 보조금을 통해 가장 큰 직업적 자산을 얻게 된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나 자신은 이 교육비 보조금을 활용해 직접적인 교육을 받은 바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지속적인 3년간의 교육을 수행한 컨설팅업체의 우리 회사 담당(수석 컨설턴트)과의 인적 네트워크와 수많은 깊이 있는 대화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적 차이나 소통 관련 분야의 전문가였던 이 컨설턴트를 통해 다양한 직간접적 정보를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수년에 걸친 이 교육 컨설팅회사의 우리회사 직원과 조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알게 된 조직의 문제와 조직 구성원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였다.

나는 수석 컨설턴트와 매월 2~3차례 정기 미팅을 가졌고, 교육결과 및 교육자의 태도 변화 등 심도 있는 관찰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있는 토론을 지속해 가며 갖게 된 수석 컨설턴트와의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나에게 의미 있는 시그널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교육을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던 어느 가을 미팅에서였다.

이 수석 컨설턴트는 동일 현장 직원들을 오랜 기간 교육을 시켜 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현장 직원 개인에 대해 나보다 훨씬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현장 작업자들은 중요한 업무 스킬의 보유자라기 보단 아무래도 단순직에 가깝다. 그래서 업무에서 몸으로 익힌 경험과 일이나 회사에 대한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업무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현장 직원들은 아무래도 직장 내에서 공식적인 자리에선 회사나 자신의 일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 밖의 환경, 좀 더 자유롭게 자신 생각이나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인 제삼자인 컨설턴트와의 대화나 교육과정 중엔 자신의 아이디어나 감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그 컨설턴트는 알려 주었다.

당연히 그도 그럴 것이, 직원들이 생각하기엔 교육을 하는 사람들과 회사나 조직에 대하여 교육 중에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자신의 상사나 회사 구성원이 아닌 제삼자이므로 훨씬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좀 더 우리 조직과 나에 대해 잘 알게된 컨설턴트는 현장 직원들의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해가며 그들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여기서 힌트를 얻어 본격적으로 내가 잘 모르고 있을 현장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생각이나 개개인의 성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나름의 합의에 이르게 되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현장인원들의 마음가짐과 회사에 대한 생각들을 파악하여 나에게 정보를 주게 하였다. 나는 교육 중에 보여지는 현장 직원들의 생각을 통해 회사에 좀 더 긍정적이고 자기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을 추려 보고 싶었다.  이러한 정보를 인사관리에 이용하겠다는 생각이 위험한 실험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2년이란 어느 정도 충분한 관찰의 기간과 수석 컨설턴트의 전문가적 역량을 신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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