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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Sep 06. 2016

II. 현장직 발탁 - 사례 위주

나는 현장 직원들과 그다지 직접 이야기해 볼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했다. 무엇보다 직접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장 사람들은 최고위 간부급 외국인인 나를 어려워하고도 있었다. 그렇다고 전혀 이들과 소통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직원들과 미팅을 가지는 정도였다. 물론 많은 직원들이 참여하지는 않았고, 항상 통역이 필요했다. 주로 건의사항이나 개인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직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현장 직원들은 나를 통한 직접적인 소통을 하기보단, 말이 통하는 현지인과의 소통을 선호했다.

그동안의 내 생각은 한국인 관리자들이 현장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들 중 우수한 사람을 발탁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어쩔 수 없이 사무직이나 현장직 관리자의 정재된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적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제삼의 루트를 통해 알게 된 현장 직원들에 대한 정보는 참 이용가치가 많다고 나는 판단했다.

3개월 동안 매월 대여섯 명 정도로 회사나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우수한 현장 직원들에 대해 컨설턴트의 추전을 받고, 이들의 명단을 관련부문 및 HR 부문과 상의해 가며 좀 더 심도 있는 관찰과 업무평가를 자체적으로 진행하였다. 이러한 관찰과 평가과정은 현장직군 사람들은 모르게 조심스럽게 진행하였다.    


이러한 개별 평가와 관찰을 통해 최종적으로 6명의 작업자를 선정하였다. 이들에게 현장직 관리자의 지위나 좀 더 높은 지위를 주는 것을(나름의 평가과정을 거쳐) 진행하기로 하였다. 가장 먼저 하여야 할 일은 이렇게 선정된 현장 직원과의 면담이었다.

6명 모두가 실제 진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작업자의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녀는 수석 컨설턴트로부터 가장 먼저 추천을 받은 인력이었다. 가장 큰 추천사유는 그녀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업무에 대한 자발성이었다. 물론 회사에 대한 생각도 남달랐다고 한다. 컨설턴트의 설명에 따르면 문제 해결 능력 향상 교육과정 중에 그녀가 보여준 탁월성이었다. 교육과정 중 특정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대다수의 직원들은 해결이 안 되는 이유를 남이나 회사의 탓으로 돌렸지만, 그녀는 문제의 핵심이 자신의 생각에 있음을 타인에게 설득하고 다른 직원들과 팀워크를 발휘하여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교육과정 중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황들을 잘 컨트롤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하였다.

나는 이 여성 작업자를 (통역을 해 준) HR매니저와 함께 만나 내 생각을 전달하였다.

나는 우선 조장의 직급을 제안했고, 3개월의 조장 평가기간을 거쳐 반장으로 진급시킬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이 작업자는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에 놀라 하며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나중에 알게 된 개인적인 그녀의 상황은 이혼녀로 두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힘든 상태였다.

며칠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회사의 제안을 고맙게 생각하며 열심히 일 해 보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회사에선 인사발령을 통해 그녀를 진급시키고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였다.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인사발령 후, 한 달이 채 못되던 시점이었다. 그녀는 나와의 면담을 요청했고, 더 이상 현재의 직책을 수행하기 힘들다고 토로하였다. 그녀는 눈물까지 흘리며 현재의 힘든 상황을 나에게 전했다. 그녀를 가장 힘들게 했던 점은 그녀와 함께 일하던 다른 일반 작업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질시였다. 그들의 생각은 그녀가 운 좋게 한국인 최고층의 눈에 띄었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 자신들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관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공공연히 그녀에게 이런 식의 압박을 가하였다고 한다.

나는 이틀 후에 다시 한번 면담하기로 하고, 다시 잘 생각해 보기를 그녀에게 권했다.

이틀 후 면담 자리에서 나는 그녀를 왜 내가 선택하게 되었는지, 회사가 그녀의 어떤 점을 높이 샀는지, 그녀에겐 충분히 이 자리 이상의 위치에 오를 역량이 있음을 간곡히 설득하였다. 그녀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에 나름 감동하였고, 자신감을 다시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한 달간 어려움을 참으며 더 해보기로 하였고, 나중엔 자신이 이러한 시기와 질시를 모두 극복하고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에선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고 응원하였지만, 그녀의 조직에 대해선 어떠한 적극적인 개입도 하지 않았다. 이후 수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그녀는 다른 작업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우수한 관리자가 되었다. 또한 그 해 송년회 행사 시 최고의 사원에게 수상하는 best employee로 선정되는 기쁨도 맛보았다. 현재 그녀는 반장으로 승진하였으며, 회사와의 소통창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신망을 받는 관리자가 되어 있다.



   나의 경험은 특수한 환경 하에서 가능했던 현장직 관리자의 발탁 과정이다. 하지만, 좀 더 현장 조직을 들여다보면 꼭 제삼자를 통하지 않고도, 심도 있는 관찰과 노력을 통해 현장 내 talent를 선발하고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란 선입견을 버리고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으로부터 현장 조직의 활력과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내가 지금껏 직장생활을 하며 들은 너무나 황송한 한 마디로 이 챕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금 하늘에서 천사가 막 내려와 내 이야기를 들으러 와 준 거 같습니다."

이 말은 내가 모든 현장직 대상 마지막 조별 교육과정에 참석한 후, 별도로 현장직 작업자와의 면담 시간을 가졌을 때 나이 지긋하신 어느 작업자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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