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무사히
겨울의 끝자락에서 강렬한 일몰을 만났다.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봤다.
날씨가 맑고, 가시거리가 길어서 선명한 한라산 능선을 볼 수 있었다.
이 날은 한라산이 유난히 가깝게 느껴졌다.
급하게 카메라를 챙겨서 사라봉으로 갔다.
사라봉은 차타고 10분 이내로 도착할 만큼 가깝다.
매일 아침 출근 전, 사라봉 한 바퀴를 가볍게 산책할 만큼 자주 방문하고 좋아하는 곳이다.
익숙한 길을 따라 숨을 헐떡거리며 정상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라봉은 올레 18코스에 포함되어 커다란 등산가방을 멘 올레꾼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라봉 일몰은 영주십경 중 하나이다.
'영주십경'은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을 선정한 것이다.
사라봉이 아니어도 일몰 명소가 많아서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는 것 같다.
제1경 성산일출 (城山日出) - 성산의 해돋이
제2경 사봉낙조 (沙峯落照) - 사라봉의 저녁 노을
제3경 영구춘화 (瀛邱春花) - 영구(속칭 들렁귀)의 봄꽃
제4경 정방하폭 (正房夏瀑) - 정방폭포의 여름
제5경 귤림추색 (橘林秋色) - 귤림의 가을 빛
제6경 녹담만설 (鹿潭晩雪) - 백록담의 늦겨울 눈
제7경 영실기암 (靈室奇巖) - 영실의 기이한 바위들
제8경 산방굴사 (山房窟寺) - 산방산의 굴 절
제9경 산포조어 (山浦釣魚) -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제10경 고수목마 (古藪牧馬) - 풀밭에 기르는 말
경사가 가파르지만 거리는 짧다.
평소 운동을 안 하시는 분들은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멍멍이와 산책하는 동네주민.
급하게 올라왔다.
바람 막아줄 곳도 없는 사라봉 정상에서 벌벌 떨면서 30분을 기다렸다.
한라산 능선.
한라산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있나보다.
해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들.
몇 분은 너무 춥다고 내려가셨다.
봄이 오나보다.
새싹이 조금씩 돋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