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이자 왁싱샵 원장, 그리고 굿즈 기획자이자 주부다.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은 소소한 자영업자인 셈이다.
20대 때는 5성급 호텔의 호텔리어, 외국계 기업 마케터로 20대를 보냈고, 30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육아에 전념하기도 했다. 내일모레 마흔을 앞둔 지금은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소소한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다. 전공이랑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항상 9시-6시라는 제약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보냈던 시간보다 (물론 지나고 보니 어떤 걸 했든 전부 도움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다) 지금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족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훨씬 마음에 든다.
타고난 성향이 둥글게 둥글게, 좋은 게 좋은 거지! 성향인데, 일할 때만큼은 체계적이고 살짝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향이라 주변 사람에게는 최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고 하고 내가 다 안고 가려고 하니 새로운 에너지도 생기지만 그만큼 에너지도 많이 뺏기곤 했다. 혼자 조용히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지금은 예전 직장 다닐 때만큼의 고정 월급은 못 받더라도 마음만큼은 큰 걱정거리 없이 편안하다.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는다거나 글을 쓴다던가 집을 가꾼다거나 마음의 에너지를 채운다. 계절을 크게 타는 사업이라 ‘이번 달은 수익이 별로네’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 때는 종종 있어도 불안하거나 조급하진 않다.
첫 시작은 주변에서 다들 놀랄 만큼 쉽게 시작하는 편이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지인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고 있는데, '용돈벌이로 괜찮다'라고 해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상가 계약부터 인테리어까지 한 달도 안 돼서 오픈했다.
왁싱샵을 오픈하게 된 것도 내가 꾸준히 다니던 왁싱샵 원장님께서 ‘구름땅님 왠지 이 업계 일 하시면 잘하실 것 같아요’ 이 한마디에 시작하게 됐다. 피부미용 국가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도와주는 학원을 바로 등록해서 3개월을 다닌 후 필요한 자격증들을 따고 샵 오픈 준비도 같이 해서 마음먹은 지 4개월 만에 오픈했다.
주변에 오픈했다고 하면 다들 대단하다며 얘기해 주었지만 나는 그저 해보고 싶은 일을 '일단'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도장 깨기 식으로 준비하는 건 꽤 신나는 일이었다. 새로운 경험은 늘 재미있고 신선했다. 워드 또는 엑셀 파일에다가 해야 할 투두리스트와 예산 등을 먼저 정리한 후에 하나씩 지워가는 재미가 있다. 준비하면서 많이 바뀌기도 하고, 변수도 많지만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선택의 연속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일을 하고 있었고, 친구들은 나를 '태어난 김에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일단 뭐든 써보기로 했다. 삶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삶의 방향은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틀 수 있다는 거. 일단 시작하지 않으면 내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처음 배를 타고 노를 저을 때 서툰 것처럼 연습하다 보면 원하는 방향으로 뱃머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목적지도 있으면 좋겠건만 나는 유유자적 주변 경치나 구경하며 천천히 노를 젓는 방랑하는 선비 쪽에 가까워 부귀영화를 누리기는 글러 먹었다. 대신 근심이 없고,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힘닿는 데까지는 이렇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해 본다.
완벽함을 버리니 일단 시작이 가볍고 쉽다. 일단 해보는 거지!라고 시작해 보면 어찌어찌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있다.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하려고 하면 몸도 마음도 이미 무거워 시작이 어렵다. 큰 배가 준비되면 출발해야지- 하는 것보다 작은 통통배라도 타고 시작해서 이곳저곳에 들러 조금씩 배를 키워 계속 나아가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도 어떤 삶으로 어떤 미래로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요리조리 방향을 바꿔가면서 나만의 속도로 항해하고 기꺼이 그 항해를 즐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