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전국 17개의 광역시도, 260개의 시군구의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한다.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토지에 대한 위치, 경계, 면적, 지목 등을 기록한 국가의 공적장부인 ‘지적공부’를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렇게 지적공부의 관리 의무가 있는 지자체를 ‘지적소관청’이라고 한다. 전국의 약 300여 개의 지적소관청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적공부를 보관하는 지적서고를 설치해야 하는데 여기서 지적공부는 1910년 일본의 의해 실시된 ‘토지조사사업’과 ‘임야조사사업’의 결과물인 종이로 된 장부와 도면이다. 즉 110년이 훌쩍 넘은 낡은 종이를 아직도 전국 지자체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서고는 지적공부에 등록된 지적(地籍)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설치된 공간이다. 종이의 훼손, 마모, 변형을 막기 위해 바닥과 벽을 2중으로 하고, 영구적인 방수 설비도 갖추고 있다. 또한 온도와 습도 자동 조절장치는 물론이고 화재 대비를 위한 단독 퓨즈도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지적서고의 유지관리를 위해서 각 지자체는 매년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적서고의 목적인 지적공부는 2005년에 이미 전산화를 완료해 대부분의 자료 활용은 전산파일을 이용하고 있다. 간혹 지적서고에 내려갈 경우는 스캔된 파일의 해상도가 떨어져 내용을 판별할 수 없거나, 파일이 누락되었을 경우뿐이다. 전국의 수많은 지적서고들의 필요성과 활용도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지적서고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지적측량 결과도는 2020년까지 한국국토정보공사 각 지사 사무실에 영구히 보관 중이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 기록물이관 사업을 실시해 충남 공주에 위한 기록관(라키비움)으로 이관한 뒤 통합 관리되고 있다. 덕분에 지적측량결과도 보관 목적으로 사용되던 공간은 고객응대, 직원 휴게실 등으로 그 활용되며 공간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전국에 흩어져있던 지적측량 결과도 들은 첨단 시설과 장비를 활용해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다.
전국 약 300개의 지적서고는 다양한 설비가 갖춰진 공간이지만 이용 횟수는 극히 드문, 말 그대로 비밀창고라 할 수 있다. 일 년에 몇 회 이용하지 않는 지적서고의 유지관리를 위해 각 지자체는 예산을 사용해야 하며, 작게는 80㎡ 크게는 200㎡가 넘는 이 공간만큼 지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은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본래 취지인 지적(地籍)자료 조사 등은 대부분 전산파일로 대체되기에 효용성도 높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2년 제정된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토를 디지털화 하는 지적재조사사업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2030년 지적재조사사업이 완료되면 지적서고의 활용도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110년이 훌쩍 넘은 종이 도면과 장부를 보관하기 위한 지적서고를 지자체마다 설치하기보다는 지적공부는 전문적인 시설과 장비를 갖춘 기록관 등으로 이전해 고화질 디지털자료로 변환하고, 지적서고의 공간은 국가행정과 고객서비스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자체 비밀창고의 변신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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