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착각

by 화니샘


우리가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적 아는 것이 별로 없어도 다른 사람의 머리 속에 있는 지식을 마치 자신의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컬어 ‘지식의 착각’이라고 한다.


대부분 나의 생각은 개인의 합리성에 근거한다기보다는 공동체의 집단사고에 의해 생겨 난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사실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멍청하다고 느끼는 것은 더더욱 싫어한다. 그래서 인정하길 꺼리지만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조차 사실 집단사고의 산물일 수 있다.


근대 사회의 근간이 되어 온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은 이미 진화심리학과 뇌과학에 의해 무너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유권자나 시민이 옳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한다. 그에 의해 탄생한 권력은 불가피하게 진실을 왜곡한다. 권력은 현실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바꾸는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손에 망치를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진실은 권력의 중심에서 나오지 않는다. 중심은 언제나 존재하는 지식과 질서를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진실은 중심에 오는 동안 다 걸러지기 마련이다. 진실된 지도자라도 늘 진퇴양난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중심에 있자니 세상을 보는 눈이 왜곡될테고 주변부에 머무르자니 귀중한 시간이 낭비된다. 그러니 어느 쪽에도 서기 어렵다. 그래서 문제는 더더욱 꼬이게 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사실 지도자는 더 무지하기 마련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2천년 전 소크라테스로 돌아가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똑똑해졌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인간은 결코 2천년 전보다 똑똑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다. 지금 시대의 문제는 그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지금의 문제는 대부분이 구조적인 데서 발생한다. 아직 우리의 뇌는 그런 구조적인 문제까지 감지하도록 진화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에 무지한 가운데 소수 엘리트들이 의견을 독점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불행은 여기서 싹튼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내가 가진 정보나 견해가 집단의식의 일부일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의견이 틀렸음을 가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