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는 소통법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도 어떤 대상이나 주제, 사건 등과 관련해 자신과 ‘체질적으로 안 맞아요’라거나 ‘성격이 너무 잘 맞아요’라는 식으로 표현하곤 한다. 이렇듯 모든 사람들이 체질(體質), 성격(性格)이라는 말을 흔하게 듣고 또 자주 쓴다. 때로는 기질이라는 말도 쓴다.
다시 말해 체질, 성격, 기질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인간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체질, 기질, 또는 성격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면 한 마디로 말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의사가 말하는 체질은 신체적인 면에서 체질을 이야기 할 것이고, 심리학자는 심리 정서적인 면에서 체질을 이야기하는 등 저마다 다른 정의를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회학자는 사회적 측면에서 신학자나 철학자는 각기 자신의 학문적 면에서 나름대로 연구된 개념을 제시할 것이다.
이렇듯 분야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내려질 수 있지만, 언어의 뜻으로만 보면 체질(體質)이란 부모로 부터 물려받아 태어날 때 가지게 되는 개인의 고유한 신체적 특성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신체적인 특성에 정신적인 특징까지 결합되면 기질(temperament, 氣質)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각 기질마다 특징이 있다. 예컨대 주도적인 기질도 있고, 감정적인 기질도 있으며, 사교적인 기질도 있다. 반면에 성격은 학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 . 유전적 영향보다는 사회 문화적 학습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용어의 유래를 통해 그 의미를 살펴보면 성격(personnality)이란 원래 라틴어 personare에서 유래되었다. 배우들이 연극할 때마다 쓰는 가면을 의미하는 말이었는데, per(through: 통하여)와 sonare(speak: 말하다)의 합성어였다. 그 후 personare가 가면이라는 뜻에서 점차 변화되어 개인의 전체적인 인상을 뜻하는 말로 변했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각 개인을 특징짓는 지속적이며 일관된 행동양식’으로 규정되고 있다.
우리 인류는 나와 남이 다르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인간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아주 오래 전부터 주목해왔다.
“같은 사람인데 저 사람은 왜 나와 다를까?”
이런 개인차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인간의 체질과 기질, 성격 유형을 분류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사람의 기질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다혈질 (sanguine)은 4가지 기질 중 가장 외향적이며 우호적이고 낙천적이다. 담즙질(choler)은 다혈질과 마찬가지로 외향적이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고 모든 일에 능동적이고 목표 지향적이다. 우울질(melancholy)은 매사에 민감하고 세심하며 완벽주의자다. 점액질(phlegmatic)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인내심이 많으며 협력적이다.
독일의 슈타이너박사도 이와 유사한 인지학적 의학 연구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여 인간이 갖고 있는 기질적 특성을 4가지 기질로 나누어 4기질론을 완성하고 이를 토대로 발도르프 교육을 실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허준의 '동의보감', 이제마의 사상체질 등에서 인간의 체질을 분류하여 연구하고 적용하였다.
또 잘 알려진 성격 유형을 분석한 연구 방법들도 있다. 여러분도 아마 직접 검사를 받아보거나 접해본 적이 있을 법한 MBTI나 애니어그램 등은 널리 알려진 성격 유형 분류 방법이다. MBTI나 애니어그램의 기본 전제는 사람들이 서로 다르지만 어떤 공통된 특징에 따라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MBTI는 사람들을 4가지 선호 지표에 근거해 16가지성격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선호 지표란 사람의 행동할 때 자신이 좋아하거나 편한 쪽으로 행동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선호지표 4가지와 반대되는 4가지 총 8가지 지표 중에 행동 방식 중에 어느 쪽을 주로 사용하는가를 알아보면 그 사람의 성격 유형이 나온다. 이 같은 행동 양상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개인 특성의 차이에서 온다고 보고 있다. 다음의 그림은 MBTI의 선호지표를 요약한 것이다.
<선호지표>
<출처: MBTI연구소>
애니어그램은 역시 사람들의 고유한 행동 양식이나 경향성을 머리 중심, 가슴 중심, 장중심의 세 가지로 나누고 또 각 각 세분하여 9개 원의 점으로 나타낸다. 각 각의 점들이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 교육 등에 따라 변화하는 방향을 선으로 이어 표시한 것이 성격 유형 분류 도구이다.
이같은 인간의 체질, 기질과 성격 등에 관한 연구와 분류, 유형 분석 등은 다양하게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들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함께 살아가야 하고 협력하면서 행복하려면 나를 알고 남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사는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복한 성장을 돕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노력과 학습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음의 그림은 애니어그램의 유형을 정리한 것이다.
실제로 학생의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칭찬이나 훈계의 말도 달라져야 함은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똑같은 말을 이해하는 데 있어 수용과 변화가 어디에서 오는가에 주목하다 보니 그것은 학생 개개인의 기질이나 성격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학생들의 바람직한 변화를 바란다면 소통의 방식도 학생의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수용하고 선호하는 말이나 전달 방식 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를 들어보면 애니어그램의 장중심의 경향을 보이는 학생들은 교사의 말이 분명하고 간단명료한 요청일 때 효과적으로 수용했다. 또 머리 중심의 경향을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는 단계적인 설명이나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나 근거, 원인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줄 때 훨씬 더 수용력이 컸다. 즉 논리적으로 이해가 돼야 설득이 되고 안정적으로 학습이나 행동 변화에 효과를 보였다.
마음 중심의 학생들은 정서적인 말과 언어를 통해 유대감을 느끼고 전달된 내용들에 대해 심적 변화와 함께 행동 변화가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학습이나 행동 변화는 물론 기질이나 성격에 대해 세심한 고려 없이 한 꾸중이나 훈계 상황에서 당황한 적도 있었다. 특히 장중심의 고학년 학생들에게 차근차근 훈계한답시고 논리적이고 단계적으로 길게 말을 했을 때 가장 힘들어 하며 참지 못하고 돌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행동의 원인이 일정하게 기질이나 성격유형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또 교사인 나 자신의 기질 및 성격 유형과도 연관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기질과 성격 유형의 경향성을 아는 것은 학생들의 행동이나 학습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사인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데도 유효하다. 학생들의 기질적 특성과 성격, 강점과 약점, 수치스러워하는 부분과 자랑스러워하는 부분 등을 소통과 관계 형성, 학습과 생활지도, 교우관계에 적용했을 때도 효과적이었다.
기질에 따라 학생이 가진 장점, 미덕, 가치 같은 내면적인 요소를 잘 파악하고 칭찬의 말을 했을 때 결핍된 영양소를 받은 식물처럼 쑥쑥 성장하는 변화를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학습의 성과나 기대 효과를 칭찬하면 활기 물론 자존감과 행복감이 높아졌다. 바로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이나 듣고 싶은 말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교육적인 원칙에 관해서만큼은 교사의 공정성이 필요하다. 예컨대 칭찬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육적인 원칙은 어느 아이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칭찬의 말이라도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즉 집중점이 무엇인지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즉 아이마다 칭찬으로 듣고 싶은 말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교사는 칭찬으로 한 말이었는데,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학생에게는 칭찬으로 수용되지 않는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든든하다.” “믿음직하다”라는 말을 최고의 칭찬의 말로 듣고 좋아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빈틈없다.” “완벽하다.”라는 말을 칭찬으로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 또 “선생님, 마음이 기쁘다.” “부모님이 행복하시겠다.”처럼 교사나 부모님 등 주변 사람들이 기쁘고 행복하다는 말을 자신의 칭찬으로 듣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다. 그 집중점은 기질과 성격 특성을 가진 학생이 자신의 삶에서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학기 초에 학부모 상담, 학생 상담, 기질, 성격 유형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질이나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것은 경험상 교육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칭찬, 격려, 꾸중, 훈계 등 교육적 언어를 쓸 때 기질과 성격에 따라 아이의 입장에서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선생님의 한 마디는 바로 이렇게 탄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의 기질, 성격 그리고 마침 고민하고 있던 그 상황에 맞는 교사의 한 마디가 딱 맞아떨어질 때 학생의 진로나 인생을 바꾸는 한 마디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나 그렇듯이 기질, 성격 또한 경향성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인간의 다양성과 변화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소통과 이해의 기본이라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