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보호덮개
주위 깊게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드러나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이 대체로 그렇다. 시각적 한계 때문에 디테일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고방지를 위한 도로 표지들, 불이 난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은 안전장치들, 길거리 가로수의 뿌리를 튼튼하게 붙잡고 있는 보호덮개들이 그런 것들이다.
가로수 보호덮개를 설치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미관상의 이유다. 가로수 뿌리가 표면을 덮고 있는 흙 위로 나오거나 도로 옆으로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안전상의 이유다. 나무가 자라면 뿌리도 함께 성장한다. 그 성장한 뿌리가 도로로 뻗어 나가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인도 쪽으로 튀어나와 걸어가던 행인들이 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가로수 보호덮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다. 덮개가 나무의 뿌리를 덮은 흙을 단단하게 잡아주니 뿌리가 인도 위까지 자라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던 행인들이 나무 뿌리에 걸려서 넘어질 확률도 매우 낮아진다. 또한 도로까지 나무의 뿌리가 뻗어나가 교통 사고를 일으키는 일 또한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좋은 디자인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한다. 주어진 기능을 제대로 하면 굳이 눈에 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살짝 자란 풀에 가린 저 가로수 보호덮개는 자신의 존재의미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