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
영화 <독전> : 눈시울이 붉어지는 잔혹한 인생의 미장센
<독전>은 겉으로는 강렬한 액션 느와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수려한 시각적 대비는 그 자체로 삶에 대한 거대한 은유다.
이해영 감독은 데뷔작 <천하장사 마돈나>를 통해 성 정체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재치 있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런 그가 정통 액션 느와르를 선보인 것은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으나, 필자는 그가 이 장르를 빌려 자신만의 '인생 영화'를 완성했다고 본다. 이는 마치 중국의 거장들이 무협 영화라는 틀 안에서 삶의 철학을 녹여내는 궤적과 일맥상통한다.
<독전>은 범죄 액션의 탈을 썼지만, 그 배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우울한 세상의 축소판이다.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각기 다른 인생의 변주곡을 연주한다.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결코 단순한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지 않는 점이 이 영화의 묘미다.
이 영화의 비주얼은 독보적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은 관객에게 기묘한 인지부조화를 불러일으킨다. 끔찍한 범죄가 자행되는 공간을 탐미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모순을 극대화하고, 역설적으로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더욱 깊숙이 침잠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압권이다. 형사 원호 역의 조진웅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을 연기한 류준열의 팽팽한 연기 대결은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영화의 반전이 주는 충격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특히 고(故) 김주혁 배우가 남긴 강렬한 유작으로서의 존재감은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왜'라는 질문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영화 속 대사들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범인을 끝까지 쫓다 보면, 왜 그러고 있는지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목적은 있는데 '왜'라는 질문이 빠졌어."
이 대사들은 비단 영화 속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목적만을 비대하게 키우며 '왜'라는 근원적 질문을 거세해 버린 한국 사회와 교육 현실을 날카롭게 환기한다.
모든 인생은 결국 '죽음'이라는 종착지에 닿기 마련이다. 세상의 끝을 상징하는 듯한 설원 위 오두막에서 형사 원호와 실체 없는 우두머리 '이선생'은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재회한다. 들려오는 단 한 발의 총성. 누가 먼저 죽음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총성만이 남는다)
분명한 것은 그 마지막 순간의 풍경이, 눈이 시리도록 너무나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독전2>, '왜'를 설명하려다 잃어버린 인생의 여백
전편 <독전>이 설원 위의 총성과 함께 '인생의 허무'라는 마침표를 찍었다면, 넷플릭스로 돌아온 <독전2>는 그 마침표를 지우고 다시 써 내려간 '강박적인 주석' 같은 영화다. 전편이 인생의 모순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은유했다면, 이번 속편은 그 모순의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독전2>는 전편의 결말 직전, 용산역에서의 사투와 노르웨이 설원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미드퀄' 형식을 취한다. 이해영 감독이 구축한 감각적인 느와르의 세계관을 백종열 감독이 이어받아 특유의 탐미적인 영상미를 선보이지만, 전편이 주었던 '인지부조화의 긴장감'보다는 직설적인 잔혹함이 앞선다. 전편에서 관객을 매료시켰던 것은 "대체 이선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보다, 그 실체를 쫓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인물들의 '목적 상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편은 '이선생'이라는 실체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전편이 남겨두었던 상상력의 여백을 구구절절한 서사로 채워 나간다.
조진웅(원호 역)의 처절한 집념은 여전하지만, 락(오승훈 역)의 캐릭터 변화는 다소 낯설다. 류준열이 보여주었던 무채색의 서늘한 존재감 대신, 오승훈의 락은 좀 더 감정적이고 구체적인 복수심을 드러낸다. 새롭게 등장한 '큰칼'(한효주 역)은 영화의 잔혹성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그녀의 존재는 전편의 진하림(김주혁 역)이 보여준 압도적인 광기를 계승하려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외형과 액션은 인생의 은유보다는 장르적 소모품에 가깝게 느껴져 아쉬움을 남긴다.
전편의 명대사였던 "왜 그러고 있는지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는 말은 이번 속편에서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원호는 여전히 이선생을 쫓지만, 그 과정에서 관객이 느꼈던 철학적인 고뇌는 줄어들고 오직 '범인 잡기'라는 기능적 목적만 남는다.
전편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까지 환기했던 그 날카로운 통찰력은,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오히려 힘을 잃는다. 인생의 비극은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답을 알아도 변하는 게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다시 노르웨이의 설원으로 회귀한다. 전편에서 우리가 보았던 그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은 다시 한번 화면을 채우지만, 이미 모든 내막을 알아버린 관객에게 그 아름다움은 더 이상 인지부조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총성이 울리기 전, 원호와 락이 나누는 대화는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른 자들의 허무를 담으려 애쓰지만, 전편의 오프닝과 엔딩이 주었던 그 강렬한 은유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독전 2>는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격언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며, 화려한 영상 뒤에 숨은 공허함을 남긴 채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