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그 느긋함에 스며들다

다음을 위한 예고편

by 화니샘

치앙마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문득, ‘치앙마이에 스며든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곳의 푸릇한 파파야가 문득문득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설렘과 기대 속에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때는 ‘스며든다’는 표현이 잘 와닿지 않았다. 날씨가 좋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맛의 도시라지만 음식은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았고, 유명하다는 카페들도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한국의 카페와 비교하면 커피 맛이나 분위기가 더 낫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설명하기 어려운 치앙마이만의 매력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 그랬다. 느림의 미학이라고 해야 할까. 느긋함과 약간의 심심함이 오히려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알람 없이 눈을 뜨고, 대충 얼굴을 씻은 뒤 거리로 나선다. 느릿느릿 걸으며 하루를 여는 사람들의 아침을 느껴본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꼬치와 밥 한 덩이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해결한다.


잠시 쉬다가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을 마시며 몇 시간을 보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곳은 치앙마이 대학 안에 있는 카페들이었다. 오늘은 농대 안에 있는 블루커피하우스에 가볼 생각이다. 공부에 몰두한 학생들 사이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노트북을 만지다 보면 어느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점심은 대학 식당에서 해결한다.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부담이 없다. 대부분의 음식이 50~60바트 정도로,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3천 원도 되지 않는 가격이다. 한낮의 더위가 절정에 이를 즈음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자거나 소파에 기대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한풀 꺾이고, 어스름한 저녁이 찾아온다. 슬슬 배가 고파질 무렵이면 치앙마이 곳곳에서 야시장이 열릴 시간이다.


야시장은 치앙마이의 또 다른 매력이다. 길거리에는 먹거리가 넘쳐나고, 온갖 잡화들이 펼쳐진다. 여행자에게는 그 자체로 신기한 볼거리이자 즐길 거리다.


이 매력에 빠질 즈음이면, 이미 치앙마이에 꽤 깊이 스며든 상태일지도 모른다. 없는 것이 없을 만큼 다양한 가판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중에서도 토요 야시장은 절정이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인파 속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흥정이 시작된다. 요즘은 대부분 가격표가 붙어 있지만, 조금이라도 깎아보는 재미가 있다. 실제로 옷 하나를 사면서 10바트를 깎기 위해 주인장과 몇 번이나 밀고 당기기를 했던 기억도,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야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한 뒤 잠자리에 드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이곳의 삶에 조금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막상 떠나려니 아쉬움이 쌓인다. 이 아쉬움은 곧 그리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게 되리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코쿤캅, 치앙마이.

이건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예고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