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노&비에이, 한 편의 수채화 속을 드라이브하는 느낌
비에이의 정수: 패치워크 & 파노라마 로드
비에이는 크게 패치워크의 길과 파노라마로 드라는 두 구역으로 나뉜다. 각 나무들이 가진 '광고 속 서사'를 알고 보면 더 감동적이다.
1. 켄과 메리의 나무 : 1972년 닛산 스카이라인 광고에 등장하며 비에이를 전국구 명소로 만든 일등공신.
2. 사계채의 언덕 : 트랙터를 타고 꽃밭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추천. 규모가 엄청나서 걷기엔 조금 힘들 수 있다.
3. 크리스마스 나무: 드넓은 설원 혹은 푸른 들판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이 가장 비에이다운 고독함을 보여준다.
드라이브 코스 핵심
비에이 신사부터 후키아게 온천까지 이어지는 길은 '물'과 '산'의 조화를 맛보는 코스.
1. 청의 연못 : 날씨가 맑을수록 신비로운 에메랄드빛을 띤다.
2. 시로히케 폭포(흰수염 폭포) : 청의 연못의 근원이 되는 폭포로,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3. 후키아게 노천온천: 드라마 '자북에서 온 나라(키타노쿠니카라)'에 나와 유명해진 곳으로 숲 속에서 즐기는 야생의 온천욕을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
후라노의 맛 : 치즈와 와인
후라노는 먹거리를 빼놓으면 섭섭한 곳이다.
1.후라노 치즈 공방 : 검은색 오징어 먹물 치즈를 꼭 맛보세요. 직접 치즈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2. 후라노 와인 공방 : 비탈진 언덕의 포도밭 뷰가 일품으로, 레드 와인도 좋지만, 가볍게 즐기기 좋은 로제 와인도 인기가 많다.
3. 고토 스미오 미술관 : 2층 레스토랑의 '카미후라노산 돼지고기' 요리는 현지인들도 인정하는 미식 포인트.
일본 사람들은 뭔가에 이름을 붙이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특히 비에이에 오면 그 재능이 거의 강박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은 들판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조차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선 '패치워크의 길'로 들어섰다. 이름만 들으면 누군가 조용히 바느질하고 있는 평화로운 광경이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끝도 없이 펼쳐진 구릉지에 감자와 밀, 옥수수밭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거대한 농경지다. 나는 여기서 '켄과 메리의 나무'를 보러 갔다. 1970년대 닛산 자동차 광고에 나왔다는 이 포플러 나무는, 솔직히 말해서 그냥 잘생긴 나무다. 하지만 수많은 관광객이 이 나무 앞에서 경건하게 셔터를 누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오, 켄! 오, 메리!'라고 중얼거려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이어지는 '세븐스타의 나무'와 '마일드세븐 언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담배 광고 덕에 유명해졌다. 건강을 생각하면 바로 지나쳐야 할 것 같은 이름들이지만, 풍경은 지독하게도 청정무하다.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야코 나무(부모자식 나무)'를 지날 때쯤이면, 일본인들의 이름 붙이는 실력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나무 두 그루 사이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끼어 있다고 해서 그걸 가족나무라 부르다니...
점심은 고토 스미오 미술관 2층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미술관에서 돼지고기 요리를 먹는다는 게 조금 기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건 찐 홋카이도다. 여기서 먹은 '카미후라노산 돼지고기'는 내가 평생 먹어본 돼지고기 중 가장 행복한 맛이었다. 창밖으로는 다이세쓰 산의 도카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이런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하면 거죽을 씹어도 맛있을 게 분명했다.
오후에는 '파노라마 로드'로 향했다. 사계채의 언덕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내 눈이 감당할 수 있는 색채의 한계를 초월했음을 깨달았다. 라벤더, 다알리아, 해바라기 등 꽃들이 줄을 맞춰 피어 있는데, 마치 신이 실수로 이 언덕에 거대한 물감 통을 쏟아붓고는 "에이, 모르겠다" 하며 붓으로 대충 문질러 놓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여정의 진정한 백미는 ‘청의 연못’(아오이이케)이었다. 물빛이 어찌나 비현실적으로 푸른지, 누군가 몰래 파워레이드를 대량으로 부어놓은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그 옆의 시로히케 폭포(흰수염 폭포)는 이름 그대로 노인의 흰 수염처럼 우아하게 쏟아져 내리는데, 보고 있으면 내 턱에도 그런 기품 있는 수염이 자랐으면 좋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
마지막으로 후키아게 노천온천에서 몸을 담갔다. 숲 속 한복판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후라노의 치즈와 와인을 곁들이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홋카이도는 그런 곳이다. 당신을 끊임없이 걷게 하고, 감탄하게 하며, 결국에는 맛있는 음식과 술 앞에 무릎 꿇게 만드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