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새로운 시작
달랏에서의 열네 번째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조금 우아하게 시작해보기로 하고 팰리스 호텔의 조식당으로 향했다. 전형적인 호텔 조식의 풍경이었지만, 달랏 역시 베트남인지라 볶음밥과 반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고슬고슬하게 볶아낸 베트남식 볶음밥과 바삭한 반미가 입맛을 돋게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소화도 시킬 겸 근처 달랏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달랏 대성당은 높은 종탑과 핑크빛이 도는 붉은 외관 덕분에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띈다. 다낭의 성당처럼 종탑 끝에 닭이 앉아 있지는 않지만,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47m 높이의 종탑과 십자가는 그 자체로 경건한 위용을 자랑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근대 고딕 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 내부의 70여 개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보고 있으면 "유럽의 성당을 통째로 달랏에 옮겨놓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시내를 따라 천천히 걸어 시장에 도착했다. 이제 떠날 채비를 해야 할 시간. 베트남 원두커피와 달콤한 망고 젤리를 한 보따리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하이티를 즐기며 정원을 산책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휴식시간이었다.
15일차: 공항에서의 마지막 식사 그리고 새로운 시작
드디어 달랏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마지막 호사로 예약해 둔 호텔 마사지를 받았다. 몸의 긴장이 풀리니 여행의 피로도 함께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미리 호출한 라도 택시를 타고 달랏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터라 출출함이 밀려왔다.
공항 식당에 자리를 잡고 껌땀과 소시지 반미를 주문했다.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식사라 생각하니 평범한 맛조차 아쉽게만 느껴진다. 남은 베트남 동으로 면세 코너에서 코코넛 과자 세 봉지를 사고 나니 비로소 귀국길에 오른다는 실감이 났다.
이번 15일간의 달랏 여행은 나에게 일종의 '한 달 살기'를 위한 전초전 성격이었다. 한 도시에 장기간 머물며 현지의 일상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돌이켜보니 이번에는 '일상'보다는 '관광'의 색채가 조금 더 짙었던 것 같다. 덕분에 지갑은 조금 무거워졌을지 몰라도 이 경험들이 쌓여 앞으로 시작될 본격적인 한 달 살기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지금, 내 마음은 벌써 다음 여행지를 향한 설렘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