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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Oct 13. 2021

soso

소소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지나간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이 많고, 또 가능한 옳은 것들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잘못이 있기 마련이라는 카뮈의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리 애를 써도 나 또한 이런저런 잘못들을 해왔던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런 주제에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쉽게 이러쿵 저러쿵 해대는 미숙한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오늘은 이런 음악을 들었고, 저런 책을 읽었지만 그냥 그저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괜찮다고 했던 어떤 것들이 점점 괜찮아지지 않고, 괜찮지 않았던 것들이 점점 괜찮아지는 나이듦에 있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겠다고 쿨한  변명거리를 주는 스스로에게 조금은 따끔한 야단을 치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받고싶은 마음과 주고싶은 마음들,  안에서 갈팡질팡 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언젠가 특별한  처럼 느껴졌던 자신도 별다름 없음을 근면하게 배워가며  살씩 나이를 먹습니다. 나는 확신과 아집 보다는 의문과 혼란에  치우쳐져 있어, 자꾸 뒤를 보고 옆을 살피며 머뭇거립니다.


이따금씩 길을 잃어버렸나 싶지만, 사실은 갈림길을 잘못 들어선건지, 애시당초 목적지가 있기는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적당히 정처없자유롭게 걸어다니는 삶의 밭은 어쩔   예쁘지만, 그렇지 않을  인상이 구겨질대로 구겨질 만큼 고약하게 구는 변덕의 땅입니다.


사춘기 남자애들처럼 멋있는 척도 해보고,   어른처럼 겸허한 척도 해보고, 호탕한  목소리를 높여도 보지만 사실 나도 별다를  없습니다. 좋은  좋고 싫은  싫고, 가끔은 뭐가 좋고 뭐가 싫은지 모르겠는 맹꽁이입니다. 상처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삶이라는  있을지 생각해 보다가 못난 마음을 슬쩍 들춰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도의 메모를 남기는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오랜만에 하늘이 청명했고. 잠이  모자란데 깨어있어야 했고, 꽃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시들었고, 있던 것들이 없어지고, 없던 것들이 생겨나는 가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릴 것만 같아 서운합니다. 오지 않은 것들을 생각하고, 지금 있는 것들을 바라보고, 지나간 것들에게 인사하는 별볼일 없는 하루를 이렇게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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