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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la Apr 04. 2024

스타트업의 금쪽이들 1

우리 아이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스타트업계에서 일한지 8년째... 내가 진짜 유니콘이 될만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있는 건지... 구멍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3개의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스타트업 씬을 관찰해온 결과, 스타트업과 구멍가게의 차이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관찰한 각양각색의 상황과 사람들에 대한 회고를 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이 만들어내는 금쪽이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니 저 또한 그러한 금쪽이들 중 하나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금쪽이들이 유독 제 눈에 잘 띄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타트업은 소수의 프로들이 모여 세상에 없던 가치를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내고 그것이 시장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합니다. 일단 돈이 되는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입증한 다음엔 투자금이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자본을 투입해줄 테니 그걸로 사업을 키워서 투자금을 배로 불려달라는 것이죠.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자본금이 들어올 때, 미래가 촉망되는 스타트업이 소위 좋좋소가 되거나 폐업 위기에 빠지느냐 아니면 견고한 중견회사가 되느냐의 갈림길에 들어서는 때입니다. 투자금도 두둑히 들어왔고 잘될 일만 남았다고요? 이제 진짜 레이스 시작입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고용을 확대하기 시작하거든요. 






세상에는 유에서 무를 창조하고 개인적 탁월함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살림살이를 꾸준히 잘 꾸려나가는 사람이 있고, 이 둘은 태생적으로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창업자 및 초기 합류자들은 전자를 잘하는 사람들인데 큰 투자금이 들어온 후에는 후자를 잘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지만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금으로 신규 인력을 뽑기 시작하면, 대체로 초기 합류자들을 리드급으로 올립니다. 한번도 큰 조직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작은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합류했는데, 어쩌다보니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아 팀이 커져서 리드가 된 경우들이 꽤 있습니다. 


또한 스타트업들은 똑똑한 주니어를 수급하는 것이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시니어는 몸값도 높은데다 초기 창업자 혹은 초기 멤버들과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경우를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똑똑해보이는 주니어를 뽑아서 1-2년 일을 시키고 중간관리자를 시키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또 신규 인력을 뽑고 팀 빌딩을 합니다. 






스타트업은 이렇게 투자금의 입금과 함께 리드와 중간 관리자가 생기고 신규 인력을 수급하게 됩니다. 소수의 프로들이 똘똘 뭉쳐 세상에 없던 단 하나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스타트업에서 바로 이 시점에 금쪽이들을 생산해 냅니다. 


조직생활 경험이 없는 젊은 초기 멤버, 혹은 2-3년차 주니어들이 중간관리자로 승진하면서 서서히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잘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마치 우리 아이가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하면서 육아 상담 프로그램에서 눈물 흘리는 부모들을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아이가 금쪽이가 된 것은 부모 때문인데 정작 부모는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의 금쪽이들도 비슷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제가 경험한 사례들을 회고하는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금쪽이었던 제 과거를 회고하고 반성하면서 더 나은 직장 선배가 되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고, 제가 만난 금쪽이들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림으로서 마음 속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함입니다. 한편 혹시 본인이 금쪽이가 아닌가 하고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다면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과거의 저에게 진단과 처방, 그리고 위로와 응원이 있었다면 훨씬 평탄한 회사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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