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한남동에 있는 블루 스퀘어에서 뮤지컬 시카고를 두 번 보았다. 브로드웨이 초청 공연 첫날 자막송출 기계고장이 있었다. 환불 또는 재관람 옵션을 안내받았다. 이왕 보러 왔으니 일단 자막 없이 보고 결정하는 분위기였다. 미국 현지에서 공연을 본 셈 친다고 농담 겸 위로를 주고받았다. 재 관람 일정을 잡아 두 번째 보니 뮤지컬 시카고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뮤지컬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올리버이래 두 번째로 꼽힐만했다. 시카고는 영화로도 나왔는데 리처드 기어와 주연여우상을 받은 르네 젤위거가 주인공 록시역을 맡았다니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14명의 거대한 재즈 밴드도 관람석처럼 무대 안에 자리 잡은 것이 특이했다. 뮤지컬은 '올댓재즈 All that jazz'노래가 끈적한 춤과 밴드연주로 시작되었다. 3발의 총성이 변심한 내연남 프레디를 살해하는 주인공 록시 하트의 등장을 알린다. '어리바리 착한 내 남편새끼'같은 록시가 부르는 번역 가사들이 거칠었다. '죽어도 싸지, 우유 배달부랑 붙어먹더니'하는'교도소 탱고'가사도 상스러웠다. 시세로 호텔에서 얼음 사러 나간 사이 남편과 쌍둥이 동생의 불륜을 목격한 브로드빌의 스타 벨리 캘리의 살인을 다룬 가사내용도 '지 무덤 지가 판다'라는 식으로 1920년 시카고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스토리가 탄탄했다. 말다툼 중에 동시에 붙잡은 총으로 살인도 '정당방위'로 바뀌는 마술사의 눈속임처럼 '재즈와 술. 그럴 만도 했네..."라는 가사로 록시의 무죄를 이끌어내는데 관객으로서도 공감이 가는 게 신기했다. 교도소에서 만나는 벨마 캘리, 간수 마마, 변호사 빌리와의 만남으로 록시는 수녀원 지망생으로 포장되고 거짓 임신등 언론과 배심원의 동정을 끌어내는 변호사 빌리는 무죄를 만들어내는 마술사로 통한다. 브로드빌 데뷔 꿈만 있는 록시에게 다가온 스타덤 기회는 살인과 스캔들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아이러니하다.
'세상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언론의 속성이라던가 자아를 찾는 속에서 거짓과 부패, 배신과 술수 등을 음악과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스토리와 안무가 매치되는 재즈 댄싱까지 명불허전 뮤지컬 시카고의 100년 명성에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