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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만 Jul 11. 2023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그 연놈 목소리)



4년여 전 보이스 피싱에 엮인 제 이야기입니다. 무려 40분 이상을 3명의 사기범들과 통화를 하면서 보안 강화 프로그램이라는 '팀뷰어 퀵'과 '피싱 가드'라는 악성 앱도 깔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안에 있는 정보가 노출되어 단체 카톡 방에서 급히 나오고 은행, 카드사 등에 지급정지 신청도 넣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이 해프닝은 해외를 다녀온 몇 개월 후 제게 배달된 한 통의 문자메시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Web 발신]

국민 해외 승인(8*3*)

USD599$ 결제 완료

Amazone Prime

해외 부정 사용

일시정지 070-7701-2111


꾹 전화번호를 눌렀지요.

지극히 사무적인 여성이 전화받고는 '혹시 최근 해외에 다녀온 적 있으세요? 현재는 어디십니까? 한국에 계시나요?' 등 이런 묻는 말에 그렇다고 했더니.. 그렇다면 '부정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라며 확인하는 듯 잠시 후 '아마존에서 디지털카메라가 599 달러에 결제되었군요' 그 사기범 여성이 계속 말하기를 '일단 계좌에서 출금 조치! 지금 바로 해 드리겠습니다'하기에 저는 일단 안심하였고, 고마운 생각까지 들었지요. 게다가 추가 피해 방지 조치도 친절히 해줍니다. 즉 '요즘에는 FDS system 통해 사이버수사대에 자동 연결된다'라며 '늦어도 1시간 이내 사이버수사대에서 전화 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말씀하시면 됩니다'하고 첫 번째 통화는 끊었습니다.

앞부분은 젊은이들의 목소리였고 다음 마지막 마무리 때는 중년 남자였습니다.

대략 7,8분 후 저는 서울사이버수사대 경사라는 놈과 서로 맞는 말들만 주고받습니다(다시 생각해도 한심함). 그러면서 놈이 '금융감독원에 통보를 해드리는데, 이것은 만일 추가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받을 수 있게 해드리겠다. 자주 사용하는 계좌 잔액 정도는 신고하여 두는 게 좋다'... 이런저런 과정을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휘~익'하고 제 핸드폰 화면에서 마포 경찰서 원격 지원 프로그램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뿔싸!!

여기서부터는 일사천리로 '다른 사건과 병합수사 되고 있는 건件'이라며 담당 수사관 ***이름과 사건번호**를 받아 적게 하며..'내선 연결해 주겠다'라고.. 계속 대화만 이어졌습니다. 물론 첫 번째 FDSsystem 이란 게 뭔지 의심스러워 전화 끊으려 했었으나, 놈의 논리에 따라 인터넷 검색까지 직접 따라 해본 상태라서 전화를 끊을 수 없더라고요(이때 완전히 낚임). 세 번째 수사관이란 놈과 최소한 10分이상 통화가 계속되었습니다. 대화 도중에 문득 제 스마트폰 안에 있던 비밀번호 인증서 등이 걱정되어 사정해가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바로 사이버수사대에 근무하는 조카에게 연락이 닿아 앱부터 삭제했습니다. 송금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고나 할까요.


이 일로 제 주변 분들에게 여러 차례 사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만, 지인의 부인마저 송금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믿게 되었지요. 그로부터 최근에 일어난 저의 또 다른 사례를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낯선 전화번호인 줄 알면서 혹시나 긴급한 연락일까 궁금해 받았습니다. 어눌한 말씨의 아주머니라 바로 끊지는 않았지요. 현대자동차 포인트가 만료일이라 정리 시켜준다는 얘기였습니다. 포인트 43,000원 중 13,000원을 입금 받거나 전액 쿠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스타벅스, 파리바께뜨 등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커피 3세트와 남는 금액 6000원은 샐러드로 처리하면 딱 맞는다고 했습니다. 계산까지 이리저리 궁리하는 동안, 저는 얼마 전 유튜브에서 모든 카드 포인트를 모아 계좌에 입금하는 것이 떠오르기도 했지요. 결국 그 사기 전화를 건 아주머니에게 생년월일까지 불러주었습니다. 제 핸드폰에 주식 광고 전화였다는 화면이 뜬 것을 보고서야 전화번호를 따내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또 이렇게 당하다니 공짜에 현혹된 저를 탓할 수밖에… 씁쓸한 당혹감에 더욱 조심해야겠습니다.


작년 말 TV 아침마당에서 들은 무명가수 정윤희의 사례는 실제 피해도 커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대출을 받아 그 빚을 갚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전화를 건 사람은 금융감독원이라고 소개했고, 당신은 불법 대출을 알아보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자세한 조사를 위해 핸드폰에 은행 앱을 깔라고 했습니다. 그 앱을 까는 순간 아버지 핸드폰은 해킹됐고 아버지가 전화를 걸면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연결됐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일터까지 찾아가 2차로 돈을 강탈해 갔는데 무려 5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아버지는 큰 충격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셨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였습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라며 장윤정의 '꽃'을 열창했습니다.

모르는 전화번호는 아예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도 하지만, 새삼 고도화된 피싱 수법들이 빠르게 진화되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사칭 등 불행하게도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여 가볍게 여기며 심지어 범죄자와 농을 걸며 조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창피하게 느낀 피해자는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식 정보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리를 악용하는 신종 범죄인 만큼 초기에 엄단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아울러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기막히게 똑똑한 젊은이들이거나 어눌한 아주머니까지 다양합니다. 그들이 범죄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다시금 올바른 삶에 대한 용기를 갖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불편한 기억들을 기꺼이 제게 들려주신 모든 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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